“할 일 많아 죽을 시간 없다”
[문화일보 2006-03-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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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갑부 캄프라드 이케아 창업자 인터뷰::)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의 창업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 80) 회장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지만 매일 전철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15년된 구닥다리 승용차를 몬다. 해외여 행 때 항공기 좌석은 언제나 이코노미석. 호텔에 묵을 때에는 객 실 안의 바(Bar) 요금이 아깝다고 주변 편의점에서 물을 사다 마 신다.
그러나 자린고비 노(老) 기업인은 유니세프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이며 이케아는 서유럽에서도 사회기여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오는 30일로 여든살이 되는 캄프라드 회장이 26일 스 위스 S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평생 몸에 밴 검약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나더러 인색하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내 원칙, 회사의 규칙을 지킬 뿐이다.” 캄프라드 회장은 낡은 볼보를 가리켜 “아직 15년밖에 안 된 새 차”라고 말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부자 4위에 이 름을 올린 그는 280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갖고 있 다.
스위스 로잔 부근에 살고 있는 그는 인터뷰가 있기 바로 며칠 전 에도 로잔의 한 예술학교에 50만스위스프랑(약 3억70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를 할 때에는 큰 손이지만, 회사 살림에는 더없이 짠 손이다. “이케아 그룹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돈을 버는 만 큼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이케아 직원들은 이면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이에 대해 캄프라드 회장은 “안 될 이유라도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1943년 설립된 이케아는 전세계 32개국 202개 매장에 종업원 9만 명, 연간 매출액이 12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가구판매업체다. 주력상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조립할 수 있게 한 중저가 가구. 유럽에서는 이 회사의 카탈로그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브랜드다.
캄프라드 회장은 ‘타고난 장사꾼’이다. 그는 5살 때부터 집 앞 마당에 가게를 차려놓고 시계나 펜, 크리스마스 카드 따위 잡동 사니를 팔았다. 조금 자라서는 스톡홀롬에서 성냥을 싸게 팔며, ‘박리다매’의 노하우를 깨우쳤다. 17살에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자 아버지가 약간의‘상금’을 주셨다. 그는 그 돈으로 이케아를 창업했다.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는 1950년대에 주택 100만가구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건설 붐은 가구 판매를 늘릴 호기였다. 이 케아의 DIY 가구 아이디어는 한 직원에게서 나왔다. 가구를 분해 해 납작한 상자 모양으로 포장, 고객들이 승용차에 싣고 가 집에 서 조립할 수 있게 한 것. 창고 비용과 운송비용, 매장 면적이 줄어든 덕에 제품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후회스러운 과거는 있다. 캄프라드 회장은 1994년 직원들에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 1 0대 시절 네오나치 그룹에 들어간 일을 털어놓고 용서를 빌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기업을 키워온 캄프라드 회장은 “여든 살이 됐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없다”며 “할 일이 너무 많아 죽을 시간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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