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교과서 한국내용 아직도 엉터리
외국 교과서의 우리나라에 대한 서술이 매우 빈약하고, 역사적 사실·상황 등 오류나 왜곡 기술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 외국 교과서는 현재 한일간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를 ‘일본해’로 잘못 기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왜곡 등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부족 등에서 비롯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는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의 용역을 맡아 중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폴란드 프랑스 체코 브라질 칠레 등 10개국의 중등과정 역사와 지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교과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체 분석대상 교과서 218권 가운데 93권에 한국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그 내용을 한글로 번역했을 때 모두 280쪽에 불과했다.
특히 프랑스는 한 교과서에서 일본 정부가 자국 고교 역사교과서에 ‘일본 땅으로 명기할 것’을 요구,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해 일본 영토로 기술했다. 또한 분석 대상 10개국 중 태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8개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잘못 표기했다. 필리핀은 4권의 교과서에서 69쪽에 걸쳐 한국을 설명하고 있지만, 체코와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은 5∼9권의 교과서에서 한 교과서 당 겨우 1∼2쪽 정도만 담고 있었다. 우리와 문화·역사적으로 밀접한 중국 또한 4권의 교과서에서 14쪽만 한국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
이와 관련, 연구보고서는 “자국의 역사교육과정 자체의 변화로 인한 것이겠지만, 한국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도 한몫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 왜곡으로 한국의 역사적 사실 혹은 현실과 다른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 경우도 많았다. 말레이시아의 중등1년 지리 교과서(2002년판)는 아시아 툰드라(북극해 연안의 동토지대) 지역을 표시한 지도에 한반도를 포함시켰다. 베트남의 10학년(한국의 고1) 역사교과서(2005년)는 “쿠빌라이는… 조선을 침략했다”라며 ‘고려’를 조선으로 잘못 썼다.
12학년(상) 교과서는 ‘한국대사관 제공 자료’라며 우리 국명을 ‘남조선’이라고 썼고, (하) 교과서는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서술했다.
또 필리핀의 ‘문명·아시아인·역사와 문화’ 교과서(2005년)는 세계지도에서 남·북한의 국명을 서로 바꿔 표기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성을 ‘우 대통령’이라고 쓰고 있다.
태국 중2년 역사교과서(2001년)는 고려 태조 왕건을 ‘신라군 총사령관’으로 서술했고, 같은 학년 지리교과서는 한국의 언어를 한글과 ‘영어’라고 썼다. 브라질의 세계일반지리 교과서(2001년)는 대우·삼성·현대같은 대기업의 성장을 설명하면서 ‘산공’(Sandgong)이라는 국적불명 기업을 한국 대기업으로 소개했다.
칠레 초등8년(한국의 중2) 사회탐구와 이해 교과서(2003년)는 한국을 ‘중국어 사용 국가’로 설명했다. 이듬해 나온 교과서는 ‘남한의 국민총생산이 4500달러’라는 엉터리 자료를 인용했다. 2004년 현재 우리의 국민총생산은 6800억달러다. 중등1년(한국의 중3) 교과서(2003년)는 북한을 ‘선진국’으로, 남한을 ‘중진국’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연구원 양영균 한국이해자료개발실장은 “왜곡된 내용 등을 각국의 교과서 집필자와 관계기관에 보내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오류 등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정보부족 등에서 비롯돼 각국이 교과서를 집필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된 자료를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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