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산성비의 원인물질인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는 2년 전 발표된 한·중·일 3국 공동연구 결과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어서 중국발 오염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끼치는 영향이 점차 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립환경과학원이 7일 공개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예측 산성 침적모델 개발’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2년 3월 한달 동안 우리나라에 내려앉은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4만8300t 가운데 55%인 2만6600t이 중국에서 이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산화물 2만7900t 가운데 중국이 배출원인으로 밝혀진 물질은 1만9100t으로 68.5%나 됐으며, 이산화황은 2만400t 가운데 7500t으로 36.8%를 차지했다. 또 2002년 7월에 떨어진 산성비 원인물질을 기준으로 한 분석에서는 질소산화물의 46.5%, 이산화황의 25.5%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에 앞서 2004년 11월 한·중·일 3국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공동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199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1년 동안 떨어지는 황산화물의 2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표와 이번 연구 결과를 비교하면 국내에 떨어지는 황산화물 가운데 중국이 배출원인으로 밝혀진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4년 만에 27%(2002년 7월 기준)~84%(2002년 3월 기준)나 증가한 셈이다.
오성남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장은 “지구 온난화로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 증대되고 있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는 산업발달로 오염물질 절대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오염물질 배출규제가 계속 강화돼 온 것도 중국발 오염물질의 비중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양은 각각 2067만여t과 1042만여t으로,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양 114만여t과 108만여t의 18배, 9배에 이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거꾸로 중국이나 일본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3월 이산화황 침적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중국에 떨어진 이산화황의 0.7%, 일본에 떨어진 이산화황의 9.7%가 한국에서 날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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