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6-05-10 18:41]
(::한국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 9일 유엔총회장에서 실시된 인권이사회 선거에서 한국은 148표를 득표, 기존 유엔 인권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한 초대 이사국에 당선됐다. 이날 선거에는 총 63개국이 입후보, 총
47개국이 선출됐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173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도네시아 165표, 방글라데시 160표, 말레이시아 158표, 일본 158표, 파키스탄 149표, 중국 146표 등을 획득했다. 최영진 유엔대표부 대사는 “앞으로 제네바에서 인권이사회 활동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초대 이사국 선출에 걸맞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에서 가장 난항을 겪었던 것은 동유럽 지역. 6개국이 배정된 동구권에서 과반의 표를 확보한 나라가 러시아(137표) , 폴란드(108표), 체코(105표)등 3개국에 불과해 나머지 3개국을 뽑기 위한 재투표에 들어간 결과 아제르바이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가 최종 선출됐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지역별로 이사국 수를 할당한 뒤 해당 지역에서 과반(96표)의 득표를 얻는 나라 가운데 표를 많이 얻은 나라 순으로 선출한다. 이날 선거에서 가 장 많은 표를 얻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가나로, 가나 출신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광’을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 중 하나인 서유럽의 경우 배정된 나라가 7 개국으로 한정되는 바람에 포르투갈(122표)과 그리스(117표) 등 은 회원국 과반의 표를 얻고서도 다득표 순위에 밀려 낙선됐다.
서구에서는 영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148표로 이사국에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언론들은 유엔 인권이사회 선거에 미국이 입후보하지 않은데다 국내 인권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쿠바가 138표라는 적지 않은 표를 얻으며 중남미 지역 대표 중 하나로 선출돼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결과가 발표된 직후 존 볼턴 유엔 주재미국대사는 “쿠바가 이사국이 되다니 정말 기쁜일 아니냐” 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도 미국에 의해 이른바 인권침해국으로 꼽혀온 국가들이다.
●…이사회 선거를 1주일 앞둔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의 비정부기구(NGO)인 유엔 워치가 한국의 인권상황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조건부 지지’를 표명해 한때 우리나라 외교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유엔 워치는 이사국 선출 투표를 1주일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후보국들의 국내 인권 상황과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영국을 비롯한 29 개국만이 적격이라고 판정했다.
이는 한국이 지난해 봄 제61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 지난해 가을 제60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선 북한과 이란, 우즈베키스탄 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유엔 워치는 이들 가운데 중국, 쿠바, 이란,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는 신설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신뢰를 해칠 국가로 지목하면서 이들이 이사국이 된다면 인권이사회에는 불길한 조짐이 될 것 이라고 경고했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달 1일 후보국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국내 인권상황을 평가하는 자료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외국인노동자 처우 문제를 중요한 관심사항으로 꼽기도 했다. 앰네스티는 이 자료에서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는 폭넓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상당수가 위험한 여건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3월 9일 현재 2명의 장기수를 포함한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복역중인 것도 문제시했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