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국기들 별로 닮지 않았는데 왜 헷갈린다는거지?
中 양치기 출신 가수왕, 생방송 중 국기 몰라 수모
[노컷뉴스 2006-05-15 11:00]
전국 노래자랑 최종 결선에 오른 유력한 우승 후보가 태극기를 모르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중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중국 국영TV CCTV가 주최하는 전국 노래경연대회에서 생긴 일이다.
지난 11일 저녁 중국 국영 CCTV가 주최한 제 12회 청년가수선발대회 중 결선에 오른 가수가 뉴질랜드 국기를 중국의 오성홍기라고 잘못 답변했다. 스잔밍(石占明)이라는 이 가수는 샨시성의 한 농촌에서 양치기를 하다 발탁된 '양치기 출신 가수왕'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던 터여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CCTV에서 생중계한 청년가수 선발대회에서 스잔밍은 단체전 결선 경기중 실시된 종합문화소질 평가에서 뉴질랜드 국기를 오성홍기라고 잘못 답변했다. 그러나 생방송이긴 하지만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분 늦게 방송이 송출되고 있었고 이같은 어이없는 답변에 놀란 방송국은 문제의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생방송 현장에 있던 관중 가운데 한명이 한 매체에 전화로 제보하면서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인터넷 상에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양치기 출신 가수라해도 세살난 어린이도 아는 국기를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스잔밍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이 소속된 공연단 단장에게 백배사죄한 뒤 고향으로 내려갔다. 스잔밍은 자신은 분명히 오성홍기를 국기로 알고 있는데 CCTV에서 방영되는 전국 규모의 대회 결선에 나서다 보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텅 빈 것 같은 공황상태에 빠져 그 쉬운 문제조차 답변을 잘못 했다"며 백배사죄했다고 한다.
샨시성의 한 오지마을에서 양치기로 지내오던 스잔밍은 지난 2002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뛰어난 음색과 고음처리로 지역에서 이미 노래를 잘 하기로 소문난 터에 2002년 베이징에서 열린 한 음악회에 참석했다가 참가 가수 가운데 청중들로부터 유일하게 몇차례 앵콜을 받으며 단번에 유명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몇 차례의 노래자랑에 참가해 각종 상을 휩쓸면서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고 중국음악원에서 그를 객원교수로 초빙하기에 이르렀다. 또 올해 2월에 베이징의 한 문화공연단에 정식으로 발탁돼 고향마을에서도 입지전적 인물로 자랑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 공연단의 루 단장은 스잔밍이 공연단에 합류한 뒤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노래만 부르다 보니 부대의 정규 사상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스잔밍은 해당 공연단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마을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며 회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스잔밍이 뉴질랜드 국기를 중국 국기라고 잘못 답변한 사실이 보도된 뒤 "아무리 노래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그가 7월에 열리는 결선에 참가하는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서 스잔밍이 노래실력이 워낙 뛰어난데다 양치기 출신으로 일시적인 압박과 긴장 때문에 실수를 했던 것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스잔밍이 잘못 답변했지만 당시 현장 분위기가 긴장된 상태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로 일순간 실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오는 7월 개인결선에 스잔밍을 참석시킬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스잔밍은 다시 부대의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답변을 잘못한 것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앞으로 부대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학습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양치기 가수"로 전국적 유명세를 타다가 다시 국기도 모르는 가수라는 불명예를 얻게된 스잔밍이 오는 7월 결선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BS국제부 김주명 기자 jmk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