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년전 쯤
그동안의 독신생활이 무료하고 답답하여
상해 홍매이루 교포민박집에서 한달정도 보내기로 하였다.
민박집에 오시는 한국분들은 대부분 경비절감 및 중국정보를
얻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기에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좀
듣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민박이란것이 어찌보면 하루에 몇백원씩하는 호텔보다 경제적이고
각 끼니마다 한국식 식단에 세탁까지 해주니...
객지 생활의 불편을 어느정도 해소해 줄수 있는 매력이 있어 보인다.
한달동안 수많은 분야의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고
그들이 왜 중국을 택하려는지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들어보았다.
철강무역을 하시는분…
상해연락처를 설립하시려는 분…
소규모 공장을 짓기 위해 오신분..
그리고 한국에 가기위하여 비자를 기다리는 중국분등…
재미있는것은 중국에 투자나 일을 찾는 분이나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중국인의 수가 비슷하였던 것이다.
게중에 특이한 한분이 계셨다.
꼭 저녁식사시간을 맞추어 오시는 듯한 오십대 중반의 한국분이다.
이분은 94년도에 중국을 찾으신 분이다.
적지않은 모든재산을 중국으로 가져와 이제는 몸뚱아리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사업아이템은 무궁무진한데..돈이 없어 시작을 못하니 같이 해볼의향이 있냐고 묻는다.
필자는 현재하고 있는일에 만족하고 또 따른 일을 하기엔 실패의 두려움이 많은
나이라 정중히 사양하였다.
그리고 보니 이분은 상해포서주변에 있는 민박집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사업아이템에 자본주를 찾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것이다.
저녁식사시간에 맞추는 이유는 외출한 대부분이 돌아오는 시간이기때문이었다.
아마 필자가 북경으로 터전을 옮긴 지금도 계속 민박집을 찾아 다닐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찾을수 있을지…
하루는..허름한 차림의 사십대초반쯤 보이는 교포한분이 민박집을 찾았다.
근 일주일을 꼼짝도 않고 민박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었다.
저녁시간에 이분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비자를 대행해주는 업체에 돈을 주고 한국에 가기위해 비자를 기다리는 중이라 하였다.
적지않은 돈을 건네고 그결과를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를 보니
중국을 찾아 오는 한국인과 한국을 찾아가는 중국인이 오버랩된다.
결론적으로 그분은 초청장과 비자를 가지고 인천공항에 도착은 하였으나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였다.
초청장을 발급한 회사가 유령회사였던것이다.
기회를 찾아 한국으로 가려했으나 그것을 노린 비자브로커의 농간에 당한 것이다.
다시 돌아온 그의 뒷모습에서 삶의무게의 중압감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전재산을 중국에 와서 날리고 민박집을 전전하며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
전재산이상을 한국에 가지위해 투자를 하고..또 실패를 하는 사람…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일간지 한면에 늘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중국진출 대기업들
그들이 투자하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황금빛 미래…
그 거대한 성공뒤에 파묻힌 수많은 실패자들의 눈물은 아무도 찾질 않는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질 않는다.
2005년 1월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