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무지 추운 겨울의 저녁이었다.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것 같았다.
집으로 올려고 1원짜리 버스을 기다리는데 10미터 정도에 한 여자도 버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서 올라타는데 그 여자도 따라 타는 것이었다.
10분 거리가 집이라 항상 보아오던 밖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느덧 목적지가 와서
내렸다. 그녀도 따라 내렸다.몇 일뒤에 그녀집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의 집은 종점부근이었다.3정거장 미리 내린것이었다.
난 별 생각없이 집( 그 당시엔 싼 호텔 침대 2개와 칼라 테레비, 전화 ,베란다가 있는 방을 혼자 월세 내면서 지냈음.) 으로 뚜벅이처럼 걸어가는데 그녀가 나에게 뒤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 나도 무산에서 왔어요"
이 여자가 나의 옷 차림을 보고 위대한 조국인 같은 북조선에서 온 사람으로 본 것이었다.
그때 내 옷 차림은 겨울 내내 같은 차림이었다. 군밤장사들이 쓰는 10원짜리 털모자에
오래된 청바지 위에는 털 쉐타에 검은 중국산 파카 그리고 8년된 신발....
집으로 가는길에 말동무가 생겨서 심심하지 않았다. 속으론 이게 왠 떡이냐 싶었다.
무산에서 왔다고 하길래 그렇냐고 하고 어디가는 길이냐고 물으니 집으로 가는 길이란다.
집으로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해서 노래방이나 가자고 그녀에게 물었다.
난 노래는 듣는것은 즐기는데 노래을 못해서 노래방 가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데
이날은 이상하게 이 북녀가 궁금해서 내가 먼저 권했다.
그녀는 이런데 돈 쓰는거 아깝다고 몇 차례나 거절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빨리 가봐야한다고....여러차례 권유해서 가기로 했다.
노래방을 가면서 난 그녀에게 이 곳에서 무슨 일 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한국 사람 있는 곳에가서 빨래하고 밥해주고 한달에 400원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 모습이 구질구질하게 보였는지 이번 달 월급타면 내 바지을 사주겠다고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녀는 계속 위대한 조국 북조선에 대해서 여러가지 얘기을 한다. 난 듣기만 했다.
알아야 말하지.
노래방은 병맥주 7병정도에 안주등 해서 100원이었다. 노래는 한국노래. 위대한 조국
북조선 노래, 연변노래등이 있었는데 난 노래을 못해서 듣기만 하고 그녀가 북조선 노래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계속 불렀다. 부르다 지쳤는지 나보고 노래을 권한다.
"김일성의 노래"을 부르라고 한다.
여기서 빵꾸났다. 오지 말걸....
1시간 반 정도 있다가 나오면서 그녀는 어디서 묵냐고 묻길래 호텔 이름과 방 번호을
가르쳐 줬다. 내일 2시에 찾아오겠단다.
다음날 낮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