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과 모레는 쉬기에 한편을 더 올립니다.
날아올 돌맹이를 어떻게 피할까 걱정이 됩니다.
좋은 주말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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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중국생활중에 가장 곤혹스런것이 중국공무원들과의 술좌석인데 다름이 아닌 독하디 독한 백주때문이다.
선배는 이미 오십줄을 넘어가면서 좋아하던 술이 줄어든 만큼 잔소리가 늘었다.
선배가 술자리를 피하는 관계로 대관업무는 졸지에 싱윈의 주업무가 되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만들어 지는 술자리는 거의 싱윈을 폐인화 시킨다.
술 잘 마시는 순서를 알아보면 첫째가 소방국관리들이다.어딜가나 그렇겠지만 소방법만큼
국가의 보호를 받는 부서도 드물것이다.그러기에 술얻어 마시는 횟수또한 엄청날 것이니 대부분
술고래라 해도 무방하겠다.그다음이 한국전력에 해당하는 공전국인데 이들도 만만치 않다.
인,허가 문제로 소방국과 술좌석이 마련되었는데 역시나 싱윈이 담당이 되고 젊은CAD기사 그리고
싱윈의 그림자 처럼 붙어 다니는 행정보조 향숙(가명)뿐이었다.
상하이 포서의 근사한 술집을 예약하고 그곳에 나가보니 소방국 관리 5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통역을 통해서 서로 인사를 나눈후 술자리가 시작되었는데 당시 상하이의 술집 술잔은 지금처럼 작은
백주잔이 없고 콜라잔이 대부분이었다.그것도 중자가 아닌 대자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담배가 날라오는데…정신없다.이들은 담배를 던진다.무림고수 비수 날리듯…
여기서 한가지..이들의 흡연을 보면 중국담배란 것이 얼마나 독한지 말 그대로 독초다.
멋모르고 한번 진하게 당기면 바로 폐속에 구멍이 날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왜 이렇게 독한 담배를 피우는 걸까?
알다시피 중국은 아편을 즐겨했다.하지만 법적으로 마약으로 규정 아편을 금지하자 대용품이 필요했고
독하디 독한 중국담배가 아편 대용으로 애용되게 된 것이다.
광동요리(해물요리)에 오량액(우량애)을 준비하였는데 이친구들이 싱윈을 길 들이려 하는건지 한명씩
콜라잔에 가득 담긴 52도의 백주를 원샷하고 머리위에 털더니만 싱윈에게도 가득 술을 담아 건넨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겁이난다.하지만 싱윈도 술이라면 하자락한다고 생각한 사람…
건축생활 몇 년이더냐 까짓거 52도든 25도든 알코올이 별거있냐 하고 받아 경쾌하게 마셔버렸다.
입안에 잠깐 담겼다가 식도를 통해 위로 내려가는 형태를 나타내주는 백주는 정말이지 펄펄 끓는 물과도
같았다.이렇게 다섯잔을 콜라잔으로 마시다보니 싱윈의 뱃속은 난리가 나고 눈은 붉게 충혈되었으며
천장과 바닥이 한테 어울어져 싱윈주변에 빙빙돈다.지구도 돌고 싱윈도 돌고…
젊은 기사는 한잔의 백주에 벌써 다운이되고 그나마 술이 강하기로 소문난 연변의 작은 아가씨만
홍조뛴 얼굴로 싱윈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자리를 파했는지 기억도 없이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남포대교를 싱윈이 탄차가 달리고 있었다.
그런 싱윈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있던 향숙이 말한다.
[그렇게 마셨는데..괜찮으세요?]
[아주 죽을 지경입니다.술자리는 잘 마무리 되었나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잘 마무리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다.옆을 보니 젊은 기사는 인사불성이다.
싱윈을 빤히 쳐다보며 향숙이 다시 말한다.
[나 아저씨가 좋아요.]
[????????????????]
무슨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별생각없이 [나도 향숙씨가 좋아요.예쁜 여동생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가 진짜 좋다고요.사랑한다고요.]
[!!!!!!!!!!!!!!!!!!!!!!!!!!!!!!!!!!!!!!]
순간 뒷머리를 망치로 강타당한 느낌이 들고 취기가 다시 확하니 올라온다.
싱윈아 싱윈아 기쁘냐 기쁘더냐 병아리같은 꼬마아이에게 사랑고백을 들으니…
[향숙씨 알다시피 나는 나이도 많고 결혼도 했으며 애도 둘이나 있어요.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을사랑해요]
생각밖의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나니 싱윈은 당황했다.그것이 1미터도 벗어나지 않고 따라다녔던 이유인가?
[오늘 이야긴 못들은 것으로 합시다.]이성을 찾을 시간이 필요했다.
향숙은 곰곰히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만 갑자기 봉고차의 문을 열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 한다.
필사적으로 향숙의 허리를 감싸안고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다.몸도 가누질 못하면서 어디서 그런 순발력이
나왔는지 모르겠다.이런 소란속에서도 젊은기사는 술에 취해서 세상모르고 자고있다.
남포대교 중간지점에 차를 세우고 향숙과 싱윈은 차에서 내렸다.
황포강의 습한 더운 바람이 훅하고 불어오고…작디작은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있다.
아!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백주로 대취한 몸이 바람에 지탱이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린다.정신도 흔들리고 싱윈도 흔들리고…
흔히 말하는 필림끊김 현상이 일어나 그 이후 어떠한 대화가 일어났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독주를 폭음한 보너스는 싱윈을 3일 동안 앓아눕게 만들었다.고열과 헛소리까지 할정도로 심하게 앓았다.
오락가락하는 의식의 끈을 잡고 눈을 뜰때마다 작은 아가씨는 근심스런 눈으로 싱윈을 보고있었다.
괜찮다는 미소만 지어줄 뿐 달리 할 말이없었다.
모두들 걱정을 덜어주며 며칠후 싱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가능한 한도내에서 향숙을 피하며
그동안의 밀린 일을 처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허약해진 싱윈의 건강을 위해서 주방아줌마는 몸에 좋다는
요리란 요리는 다 해주신다.객지에서 아프면 서글퍼 진다지만 이렇게 가족과 같이 돌봐주는 이들이 있어
그리 서글퍼 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후회하는 그녀와의 관계가 이루어 지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소방시공업체의 영업담당 "우빈"이라는 아이 때문이다.CAD기사는 참 잘생겼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남자피부가 여자의 피부마냥 하얗고 깨끗하였다.이 우빈이란 아이가
이친구에게 푹빠져 하루가 멀다하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것이다.(말은 좋게 고객관리 한다고 하면서)
무역업을 하는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인 우빈은 부모를 졸라 상하이포동에 자기 명의의 집을 장만하였으며
눈이 무척크고 하얀 치아를 자랑하는 귀염성있는 미모의 소유자였었다.
젊은 기사역시 이 친구를 좋아하는 눈치였는데…우빈이 하루는 이친구와 싱윈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상하이 팡세(민물 참게)라는 것을 필두로 많은 음식을 장만해서 기다리는 그녀의 집에 갔을때
그녀의 친척들이 와 있었다.외국인 특히 한국인은 처음 초대한다면서 초청에 응해주어 고맙다는
그녀의 눈길은 젊은기사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초대에 대한 응답으로 몇일이 지난후 싱윈은 우빈을 한국음식점으로 초대하였다.
백주 한병은 너끈하게 마신다는 그녀가 한국의 진로 두잔을 마시더니만 그대로 탁자위에 쓰러져 버린다.
당혹스럽고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젊은 기사에게 우빈을 업혀 싱윈의 아파트 앞 상가 3층에
자리한 옥외 맥주집으로 이동하였다.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정신이 돌아오면 돌려보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의자에 앉히기만 하면 그녀는 젊은기사에게 매달리는 것이다.지금 생각하니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한술 더떠서 젊은기사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부벼된다.그는 못이긴 척하면서 그입술을 받는다.
애정표현이 저렇게 대담한 것을 보니 젊음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싱윈은 차마 그자리를 지키질 못하고 계단으로 내려와 담배를 물고 있는데 향숙이 다가왔다.
그녀가 살며시 다가와 싱윈을 안으며 속삭였다.
[나도 저렇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