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요리
북경에 자리를 잡자 그들의 식생활이 궁금하였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얼굴색을 가진 동양인
별차이를 느껴볼 수 없을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걸 느꼈다.
수많은 지역마다 다른 각각의요리 와 종류의 다양성이 고개를 흔들게한다.
그중에 나름대로 북경요리에 대한 정리를 해 보았다.
북경만큼 음식을 가리지 않는 도시가
중국의 다른지역엔 없다고한다.
지역 토종음식의 텃새가 거의 없다는것이다.
이것은 북경의 거주민 구성과 기존의 식생활 습관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 할수있다.
북평(北平)이라 불리던 시기에는
이 도시의 인구가 겨우 200만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1,50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거대한 공룡 중국의 심장으로…
북경에 거주하는 북경시민 대부분이
외지인이거나 외지인 1~2세대,또는
최근 북경에 호적을 따낸 사람들이다.
이러한 이민도시의 성격상
타지방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북경에
유입되는 결정적 작용을 한것이다.
또 하나는
북경고유의 음식맛이 뛰어나지 못한것이
외래음식이 북경에서 판을치게 만든 이유라 볼수있다.
중국4대 음식중 하나인 북경요리가
80년대 초 부터 기타지역 음식에 의하여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한다.
이러한 것은 중국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다.
기타 미식도시에서는 외지음식의 유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된다.
성도(成都)에서 사천(四川)요리 외의
기타 요리가 판을 친다든가 광주에서
광동요리를,상해에서 상해요리를 타지방요리가
정복한다는것 등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북경인들은 무엇이나 쉬이 받아들이고
무슨 유형의 음식이든 모두 먹고싶어하고
또 즐겨먹는 식생활논리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년간 북경은 여러지역의
음식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렸으며
각종 요리의 흥망사는 가히
이도시의 변천사와 어깨겨룸을 할만하다.
20세기 80년대에 북경인들이
가장 애식하던 타지요리가 바로 사천요리였다.
개인적으론 중국요리중 사천요리가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근접한 요리라 생각된다.
고추를 연상케하는 붉은 색과 자극적인 매운맛이
사천요리의 특성이다.
그후에 시간이 지나자
광동요리가 한때 유행했고 동북요리와
호남요리가 뒤를 잇는 듯 하다가
90년대 중후반부터 사천요리가
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뭇 요리를
밟아버리고
그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즈음..
사천요리가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을때
운남요리와 귀주요리,신강요리,한국요리도 속속
북경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양요리계열인 영파요리와 온주요리,항주요리,상해요리
무석요리등 각자 따로 유입되어
현대요리와 전통요리,고급요리와
서민음식등 다양한 음식들이
체인점 혹은 독자점등의 형식으로
지금 현재까지 운영되어왔다.
중국내륙지역의 음식 외에 타이완의 패스트푸드도
점차 환영을 받기 시작,시안쭝린(仙踪林)융허또우장(永和豆漿)
상따오(上島)카페 등 전문점이 생겨난다.
특히 상따오는 북경외 지역에서도 크게 성공한
체인화된 이름있는 상표가 되었다.
북경 패스트푸드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서양식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다.
북경 거리에서 맥도널드,KFC는 물론이고
피자헛등 유명패스트푸드점 찾기는 어려운일이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북경에서의 성공을 자찬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북경인들이 현재 가장 즐기는 음식이 뭘까?
북경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음식은 훠궈(火鍋:신선로)로
그 종류에 따라 먹는법도 천차만별이다.
훠궈란 커다란 스탠양푼에 태극문양으로 반을 갈라 한곳은 닭고기를 우리거나
생선을 우려 만든 탕과 한쪽은 이탕에 고추기름등 매운맛을 가미한 탕에
익히지 않는 양고기나 소고기 그리고 신선한 야채를 넣어 익혀먹는
한국에서는 징기스칸이라고 불리는 요리이다.
북경식 싼양러우훠궈,양제즈훠궈,한국의 보신(개고기)전골..
광동식 소고기완자훠궈,페이뉘훠궈,귀주식 쏸탕위훠궈…등등등
끝이 없을정도로 그 종류가 많다.
일본의 샤브샤브도 한자락 꼽싸리 끼고있지만
싱윈은 그맛이 맹숭맹숭하여 거짓뿌렁 잘하는 일본인 특징을 보는것같아
영 쳐다보기도 싫다.
이러한 여러종류의 훠궈중..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사천훠궈가
거의 모든사람이 즐기는 정통 훠궈로
인정받고있다.
중국사람들은 스스로
북경을 커다란 신선로에 비교하기도한다.
신선로요리의 특징은 다른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짐으로써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것이다.
이 북경이라는 신선로안의 수많은 특색있는 요리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엉키고 설키어
본래의 특징을 버리고 지역의 입맛으로 변한다는것이다.
북경요리를 일종의 퓨전요리라 볼수있는 까닭이다.
한국의자장면이 중국의 자장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맛을 내는 이치도 이와 같은 이유인듯 하다.
북경민들은 현재
전통요리의 맛을 잃어가는 대신에
세상의 모든 특별한 음식을 모두 맛보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한가지..식도락..
점심시간이 두시간을 훌쩍넘기고
저녁시간이면 어느 식당이건간 예약없이는
발을 들여 놓기 힘들정도로
외식문화가 발달된 나라…
먹기위해 사는건지..
살기위해 먹는건지…신중히 생각해볼 문제지만
이러한 음식문화가
세계에서 가장많고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국가로 만들었다.
모든 비즈니스도 먹는것으로 시작해서
먹고 마시는것으로 끝나는곳…
일반 식당에서
이곳요리를 주문하자치면
적어도 며칠은 고생해서 외워야 할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요리이름들..
갈비탕 한그릇..김치깍두기하나로
점심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일하는
우리네와는 너무나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아무튼 사람도 많고 음식도 많고
뭐든지 많은곳…이곳이 바로 중국이다.
사족: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의 흡수력은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기술도 문화도 순식간에 흡수한다.마치 물기없는 스폰지 마냥…
동북공정의 거시적 목적을 간과(看過)해서는 안될것이다.
이들은 언젠가는 한국도 자연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중국인과 설전을 벌인일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