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에서
사나흘 연속으로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를 보이는 북경이다.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나타내지만 빌딩 사이로 휘돌아 몰아치는 칼 바람은 영하20도도
넘는 체감온도를 던져준다.
북경에서 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이지만 올해는 12월 중순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추운 날씨가
계속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삼한사온의 한국날씨와는 또 다른 맛이다.
흔히들 없는 사람은 여름이 축복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더우면 벗고 살면 그만이니…
상해나 무석등지에서 맞이하던 겨울과 북경에서 맞이하는 겨울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상해의 겨울날씨는 영하로 잘 내려가질 않지만 높은 습도와 난방이 부실한 건축물로 인해
뼈 속 깊숙한 추위를 가져다 준다.
냉난방이 되는 에어컨만이 남방지역의 겨울난방수단이다 보니 온돌방에서 한겨울을 보낸
한국인이 견디기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오죽하면 집안보다 집밖이 덜 춥다는 이야기가
있을까..요즘 들어서 많은 한국인들의 상해 진출로 하나,둘 바닥난방코일을 까는 아파트들이
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주택들은 이러한 바닥난방이 없다.
뼈 속까지 추운 겨울날씨에 상해사람들은 어떻게 겨울을 견디어 내고 있을까?
그들은 얇은 내복을 여러 벌씩 껴입고 이 추위를 이긴다.보통 11월말부터 입기 시작한 내복은
다음해 4월까지 입는 것이다.(잘 갈아입질 않아 사실 냄새는 좀 심한 편이다)
한번은 러시아인과 상해 겨울을 이야기 해 본적이 있는데 추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에서
생활한 그들도 이곳에서는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가장 큰 원인은 습도가 높고 매서운 바람 때문에
온도는 높아도 추운 느낌은 엄청나다는 것이란다.정말 추워서 못살겠다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났다.
북경은 상해와 달리 난방은 아주 잘되고 있다.아파트마다 방열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실내온도는 영상 18도에서 20도까지 오르내린다.그리고 전기장판을 판매하여 침대생활이라고
해도 집안에서는 그리 큰 추위를 느끼질 못한다.난방공급은 생각보다 잘 이루어진다.
하지만 분지에 가까운 북경의 지리적 특성 탓인지 바람은 엄청 심하다.원래 북경은 바람이 많은 곳
을로 유명하다.봄에는 황사를 대동한 바람이 잦고 겨울엔 칼 바람이 기승이다.
평소에는 잘 몰랐지만 겨울만 되면 고향의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나니...늙어간다는 증거다.
이러한 날씨에도 아침 출근길에는 수많은 자전거 행열을 본다.눈만 빼고 온통 덮어쓴 모습으로
출근을 하는 그들을 보면 삶의 생동감을 느끼니 영락없는 노동자의 눈을 가진 싱윈이다.
앞으로 3~4개월은 이런 추위와 함께 해야 한다.북경의 겨울은 빨리도 찾아와서 늦게도 돌아간다.
바란다고 오는 것이 아니요 원한다고 가는 계절이 아니다.그런 조화 속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