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MP3P 대한민국`
프랑스 '反 아이팟 법' 상원통과
중국, 100여개 MP3업체 도산
"삼성, 아이팟 반도체 공급 애플, 정보유출 이유 취소"
벤처 1세대 `이스타랩'영업중단
애플 `아이팟' 가격공세 못이겨
DRM 표준 소홀 등 정부 대처도 미흡
"한국은 더 이상 MP3플레이어 종주국이라는 말을 쓸 수 없습니다. DRM 표준 경쟁에서 밀려났으며 가지고 있던 MP3P특허 마저 미국업체에 팔아버린 마당에 무슨 MP3플레이어 종주국입니까?"
2일 경기 군포 한 사무실에서 MP3플레이어 업체 이스타랩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스타랩은 MP3플레이어 브랜드 `모노리스'로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벤처기업이었으나, 지난달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한때 촉망받던 업체가 공중 분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지켜보던 업계 및 소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국내 MP3플레이어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이스타랩은 명품 MP3플레이어를 표방하며 출시한 `모노리스' 시리즈로 음질 및 디자인, 내구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MP3P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스타랩이 갈림길에 선 것은 지난해 애플 아이팟 셔플이 등장하면서다. MP3P 가격이 무너지면서 초기 개발비로 사용한 부채를 줄이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렸으며, 이후 두 차례 추진했던 M&A가 무산되며 영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으로 회사가 문을 닫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회사사원들은 모두 권고사직을 당한 상황이며, 영업 및 유통 등 모든 업무는 지난 달 1일을 이후로 중단됐다. 홈페이지도 문을 닫고, AS도 지난달부터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표가 자금을 횡령하고 도주했다'는 등 악의적인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확인해 본 결과 오 대표는 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까지 직원들 임금을 챙겨주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스타랩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회사가 이렇게 된 배경에 일관되지 못했던 국내 MP3P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우리도 마케팅에 실수가 있었지만, 정부와 MP3P 협회는 우리나라를 MP3P 종주국이라고 선전만 할 뿐 정작 중요한 DRM, 콘텐츠에 대한 표준에 대해 소홀했다. 중국산 저가 카피 제품이 국내에도 범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각 중소업체들이 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환경 조성을 했으면 국내 MP3P 산업이 이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BM이 PC사업부를 중국업체인 레노보에 넘기려 했을 때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던 것과 달리 국내 MP3P 특허권이 올해 초 미국 시그마텔에 허무하게 넘어갔던 것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현재 모노리스 AS는 이스타랩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이 실비를 받고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품 AS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당분간 AS업무를 자청해서 맡은 것이다.
AS를 담당하는 한 엔지니어는 "모노리스 제품을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의 AS요구를 지나칠 수 없었다. 다른 길을 찾아야겠지만 당분간은 AS를 맡아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 알려지자 이스타랩이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글과 끝까지 제품을 책임지려는 직원들 모습에 격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좋아하는 제품이었는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게 됐다", "진정한 장인정신이다", "꼭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라는 글이 쇄도했다.
이형근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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