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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자의 일기 (2)
이름 : 金선생
2006-07-12
모든 걸 포기하고 거리에 굴러다니는 신문 조가리를 짚어들었다. 갑자기 눈에 띈 기사 하나. 내가 일하던 업소 빌딩과 그 주위가 철거중이란다. 혹시 예전 업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니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전한 후 그곳에서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곳으로 향했다. 옛 업소가 입주한 5층 빌딩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지하는 룸쌀롱, 1층은 식당가, 2층은 모텔, 3층은 사우나, 4.5층은 사무실. 다른 것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두세곳 정도만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철거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탓이리라. 2층으로 올가갔더니 문들이 이미 박살이 나 어디든 방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모텔의 침대와 화장대는 그대로 였다. 아마 가지고 갈수 없을 정도로 허름하고 누후한 탓에 그대로 방치했던 것 같다.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방마다 도둑고양이 배설물과 각종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것 뿐. 이곳에서 무슨일들이 벌어졌을까.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새삼스럽긴...참... 그나마 쓰레기가 적은 방을 골라 안식처를 만들었다.침대위에 누었다. 코에는 퀴퀴한 냄새에 고양이 배설물 냄새까지 겹쳐 참을 수 없이 엮겨웠지만 그렇게 포근할 수 없었다. 나 혼자 아무 욕심없이 아무 바램 없이 누리는 자유란 이런 건가. 3일을 그렇게 지냈다. 누워서 자고 심심하면 잠깐 밖에 나와 공기를 마시고...남은 돈으로 빵을 사먹고 근근히 끼니를 떼웠다. 4일째 되는 날 돈도 떨어지고 당장 먹을게 걱정이 됐다. 생각 끝에 모텔 각 방 침대밑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침대밑을 들여다 보면 온갖 것이 널려 있다는 것. 재수 좋으면 적잖은 동전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그 이유는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아마 러브호텔 많이 가본 사람은 더욱 잘 알 것이고. 6시간 정도 모텔 모든 방을 뒤졌다. 침대를 엎어가며. 그리고 올린 수확은 4백원. 너무 기뻤다. 곧바로 옆 건물 슈퍼로 가서 우유 한병을 사 단숨에 들이켰다. 난 감히 말한다. 이 때 마신 우유 한잔은 우유가 아니고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아니 하느님이 있다면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만든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이 때 마신 우유맛을 난 평생 잊을수 없을 것이다. 그날 난 그 우유 한 잔으로 하루를 버텼다. 오후쯤 잠을 청했다. 얼마쯤 잤을까. 난 내 눈위에서 내리쬐는 강한 불빛에 눈을 떴다. 그리고 놀란 토끼 처럼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놈(악운)이 날 그대로 내버려 둘리가 없지. 난 또 어떻게 되는 건가. "당신 머시요." 전라도 사투리였다. "......" "여기서 없어진 물건 많은디 당신이 경찰서 갈라요?" "죄송합니다. 여기있는 물건에 손 댄적 없는데요." "왐마 귀신인줄 알었는디 여기서 머허요." "......" 조장인 듯한 험상궂은 사내가 한참 나를 쬐려보더니 퉁명스럽게 한마디 건넸다. "니, 나하고 경찰서 갈래 아님 형들 따라 일허고 일당 받을래." 잔뜩 주눅들어 있던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자를 택했다. 일하고 돈받을 수 있다는 말에 반갑기까지 했다. 그리고 눈꼽 뗄 시간도 없이 철거대원들과 함께 내가 묵었던 여관 곳곳을 치우기 시작했다. 5시간 정도 일을 하고 저녁이 되자 대원들은 나를 부근 소주집으로 데려갔다.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했다. 맛이 기가 막혔다. 그러나 술이 약한지라 소주 한잔에 내 얼굴은 금새 홍당무가 됐다. 내가 미친 사람처럼 고기와 밥을 퍼먹자 건달형이 웃으며 말했다. "워머 징헌거, 노숙자놈이 일허고 밥먹고 술먹고 일당까지 챙겨 버렸네이....담배 한대 피거라이..." 술을 걸치고 나는 그들을 따라 당당한 철거대원이 됐다. 노가다 하기엔 등치도 왜소하고 키도 작았지만 내 처지가 안타까웠던지 그들은 나를 동료로 받아 주었다. 이들과 같이 일한지 두달이 흘렀다. 철거작업은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보상금 문제로 세입자들이 버티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업이 지연되자 내가 묵었던 건물의 경비가 필요했고 말뚝 경비는 바로 내가 됐다. 이때가 지난해 5월. 철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1월말까지는 여기서 경비를 봤다. 잠은 3층 사우나에서 잤다. 보름에 한번씩 철거소장님이 다녀가며 몇만원씩 돈을 건넸지만 하루하루 살기에는 너무 빡빡했다. 하루 2끼는 사치고 한끼로 떼우는 때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돈을 더 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당초 소장과 얘기할 때 월급은 없고 철거작업이 완료되면 한번에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10월말까지는 경비를 보며 틈틈히 철거대원들과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했지만 워낙 힘이 없다보니 몇일 써보고는 다시 부르지 않았다. 경비보는 일은 무료함의 극치였다. 내 나이 31, 한창 활동할 나이에 하루종일 철거건물만 지키고 있으니 답답할 수 밖에. 경비를 보면 눈이 나이에 맞지 않게 침침하다. 업소생활 때 안경을 쓰면 손님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해서 렌즈를 꼈다. 때문에 글 쓰는 이 시간도 난 렌즈에 의지해 글을 쓴다. 경비생활이 무료함을 느끼던 어느날. 토요일로 기억된다. 경비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낭낭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너하고 장난하기 싫어, 보기도 싫고 우린 다 끝이야." "...." 이제 경비실 바로 앞에 온듯 목소리가 더욱 뚜렸해졌다. "다 끈이라구,죽고 싶어, 미치겠어." 고개를 돌려보니 한 앳띤 소녀가 경비실 앞 계단으로 건물내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그 소녀는 천천히 올라가며 계속해서 핸드폰으로 통화했다. 2~5층은 전기도 없어 깜깜하다. 누군가 외부사람이 건물내로 올라가면 저지시키는 게 당연한 나의 임무다. 자세히 보니 그녀는 15~17세쯤 되어 보였고 경비실 불빛에 보인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저기, 학생 올라가면 안돼요." 내말을 들었는지 소녀는 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난 소녀가 자살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돼 곧바로 랜턴을 들고 소녀를 뒤 쫒아 올라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혹시 귀신이 아닌가. 갑자기 두려웠다. 한시간 쯤 온 건물을 뒤진 후에 건물 옥상에서 소녀를 찾았다.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은 한없이 쓸쓸해 보였다. 시간은 새벽 2~3시경이다. 이 처럼 깊은 시간에 옥상에서 낮선 남자와 단둘이 있다는 것은 소녀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두려울 것이다.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기요,여기 올라오시면 안돼요. 같이 내려가요."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나를 경계하며 말했다. "왜요?" "아니 왜요라니요. 여기는 철거 빌딩이구 위험해요. 대체 여기 왜 올라온거죠?" "그냥요." 그리고 잠시 정막이 흘렀다. 5분쯤 지났을까. 그녀와 난 랜턴빛에 의지해 1층까지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친동생을 못본지 8년쯤 됐다. 갑자기 난 그 소녀가 내 동생처럼 느껴졌다. "집이 어디야." "서초동요." "가깝네. 새벽에 무섭지도 않냐, 이리 어두운데 옥상까지 올라가게." "...." "잠만 있어봐." 난 그녀를 경비실 앞에 세워놓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 두개를 사왔다. "자 먹어라, 덥지?" "고맙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런데, 너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이었지?" "네, 사실 좀 망설였어요. 무섭기도 하구." 또 적막이 흘렀다.난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다. "아저씨, 저 갈께요. 고마웠어요." "으... 그래 잘가라." 영화에서 처럼 좋은 멘트를 생각하던 중 그녀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또 몇일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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