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예술을 하는 이 60세의 스승을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었다.
아는 현지인이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어서 자주 갔었는데 그 옆 길거리에서 매일 5시간 정도씩
길거리 예술을 하고 있었다.
매일 5시간이지만 4시간 반은 그냥 앉아서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일이었다.
앉아서 구경을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과의 거리가 2미터 정도라 사람 구경하기에는 명당자리였다.
특히 반반한 여자나 굴곡이 확실한 여자가 지나가면 앞 모습을 확인하고는
머리가 180도 회전하면서 구석구석 쳐다 보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도 4년간 이 분을 만나러 가서 하루에 4,5번은 180도 머리를 회전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분의 집은 시내에서 버스로 20분 떨어진 기찻길 옆에 나무 판자로 된 구질구질한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웃에 80대 노모와 여동생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트럭 버스로 가게 되면 20원에서 지금은 올라서 40원 정도이고 기차로 가게 되면 10원이면 갈 수 있었다.
이 기차는 한번 타는데 현지인은 10원이고 서울의 2호선처럼 한 바퀴 도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집은 바닥에서 1미터 위에 지었는데 방 크기는 사방 2미터 정도였고 출입문은 사람이 겨우 숙여서
들어 갈 정도였다. 지붕은 그 흔한 함석이나 쓰레트가 아닌 비료 포대 비슷한 걸로 씌워져 있었다.
이 번에 방에 가서 천장을 보니 50개의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있는 겉 비닐도 볼 수 있었다.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도 20년 전에 강원도 휴전선 근방 인적 드문 번지 수도 없는 깊은 산촌에서
혼자 8년을 예술 활동을 하면서 혼자 지낼 집을 지은 적이 있다.
상점이나 버스를 탈려면 2시간을 걸어가야만 하는 깊은 오지였다.
20만원정도에 나무와 베니다 그리고 시멘트등의 재료를 사고 인건비 10만원 정도 해서
쓰레트 조각으로 온돌을 한 8자 방과 작은 부엌을 만들어서 지낸 적이 있는데 이 구질구질한
스승의 집에 비하면 호화로운 별장이었다.
얼마 전에 20살 정도의 여자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여자가 데리고 온 2명의 아이등 5명이 사방 2미터의
방에서 살고 있는데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가 보기에도 눈물나게 구질구질하게 보였다.
난방이 필요 없는 곳이라 나무와 지붕을 할 함석 몇 장 그리고 인건비등 10만원 정도면
1미터 위에 사방 2미터의 작지만 안 구질구질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인연이 닿으면 사방 2미터의 창문이 있는 작은 나무집과 2만원 하는 싸구려 중국제 선풍기
그리고 3000원 정도 하는 모기장을 선물하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이 분은 하루에 2끼 식사를 한다는데 낮에는 80원짜리 밀크 티만 마시는 것 같았고 특히 밀크 티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집으로 오기 몇 일 전 이른 아침에 이 스승의 집에 가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는데 안타깝게도
길이 엇갈려 딸 같은 부인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어떻게 20살의 나이에 아버지 같은 구질구질한 스승과 같이 살 생각을 했을까.....
사랑은 나이와 국경을 초월 한다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안 나왔다.
스승이 얘기하기를 전에 여러 20대의 여자들과 염분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부 여자쪽에서 먼저
좋아했다고 한다. 이 말은 사실인 것 같은데 왜냐면 이 분은 먼저 누구에게 다가 갈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4년 전에 길거리 예술을 하는 이 분을 처음 보았을 때 사람을 끄는 그 무엇과 편안함을 느꼈는데
여러 20대의 여성들도 나와 같은 것을 느껴 바로 동거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시내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스승이 2명의 기차표 값 20원을 달래서 주니 직접 2장의 기차표를
사가지고 왔다. 아무리 구질구질하고 꾀죄죄하게 다녀도 이 나그네도 외국인이므로 외국인표를
사야 하기 때문에 스승이 직접 가서 샀는데 외국인 1명 기차 요금과 현지인 130명의 기차 요금이 같았다.
내외국인을 떠나서 기차표는 얼마나 구질구질하고 꾀죄죄한가로 기준을 삼았으면 좋겠다.
기차를 기다리는데 출출해서 기찻길 옆에 작고 허름한 티 숍에 갔는데 간단한 식사도 팔고 있길래
1인당 200원 정도인 밥과 돼지고기 조림을 시켰는데 돼지고기는 한 접시에 2개씩 나왔다.
밥은 지금싸지 먹어본 쌀 중에서 가장 품질이 안 좋은 쌀이었는데 돼지고기는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내가 밥을 먹고 난 후에 그 분은 양이 적었던지 50원짜리 작은 접시의 밥을 추가로 시키고 나서
내가 2개의 돼지고기만 먹고 남긴 1수푼 정도의 돼지기름이 있었는데 반찬이 부족 했던지
나에게 그것을 먹어도 되냐고 묻는 것이었다.
비록 구질구질하지만 이 정도로 이 스승은 상당히 교양을 갖추고 있었다.
밀크 티 2잔 포함해서 600원 정도 값을 치르고 언덕 위에 철길로 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철로 옆에 파인애플 행상이 있어서 중간크기의 파인애플 1개를 물어보니 200원 정도였는데
둘이 먹기에 많아서 1조각에 50원짜리 2개를 사서 디저트로 때렸다.
이 스승은 아침 저녁은 집에서 때우고 낮에는 공연장 근처에 구질구질한 티 숍에서 80원짜리
싼 밀크 티가 전부였다. 출 퇴근때 왕복 기차비 20원 담배 몇 개등 하루 200원 정도 쓰는것 같았다.
이 스승을 만나고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지난 번 순회공연에서 병원에 같이 간 때이다.
하루는 스승이 공연하는 시내에 갔는데 오늘 일찍 공연을 끝내고 친구가 병원에 있는데 가 봐야
한다면서 같이 가자고 해서 간 적이 있다. 40도 가까이 되는 무더운 날씨였다.
나는 처음에 이 분 친구가 몸이 안 좋아서 입원한 줄 알고 따라 나섰다.
기차역에서 내려 병원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스승은 길가에서 과일을 살려다 가격이 안 맞아서 안 사고
옆에 아주머니가 파는 찐고구마 몇 개를 100원을 주고 비닐 봉지에 담아 병원으로 갔다.
가서 보니 친구가 아퍼서 입원한게 아니라 20살 여친이 아들을 낳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무료 병원이라서 그런지 한 방에 구질구질한 침대가 20개 정도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 가자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아이의 아버지가 60세의 구질구질한 분이라 어떤 이들은 웃고 있었다.
같이 병원을 나온 우리는 기차역으로 걸어 가서 그 분들은 집으로 가고 난 스승이 사준 10원짜리
기차표로 4불짜리 싸구려 숙소로 돌아왔다.
부인이 좋아한다는 찐 고구마 몇 개를 100원치 사서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와 병원을 찾은 이 구질구질한 스승.
찐 고구마 몇 개를 가져온 것 만으로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 딸 같은 20살의 아내.
이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행복은 금덩어리 같은 물질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진은 구질구질한 스승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스승이 머무르는 집인데 왼쪽의 파란 천막이
있는 곳이 화장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