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추운 겨울에 중국쪽 두만강 강가에서 위대한 조국의 변방 도시인 무산을 찍은 것이다.
카메라가 구질구질해서 땡기는데 한계가 있었다.
연변에 있을 때 시간이 나거나 바람을 쐬고 싶으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두만강 강가를 가곤 했는데
사진에 나와 있는 무산쪽 두만강 강가는 지금 기억으로는 화룡을 거쳐서 들어간 것 같다.
두만강 강가의 어느 구질구질한 온돌방 인숙이네서 10원 주고 하룻 밤 묵고 강가를 따라
이웃 마을을 갈려고 했는데 다니는 버스가 없어서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콜 택시를 불렀다.
잠시 후에 온 콜 택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구질구질한 소련제 흰색 라다였다는데
오래전의 볼보 240 DL과 모습이 비슷하였다.
성냥갑처럼 각이 지고 어딘가 어설프고 모자란 듯 보이는 볼보 240 DL에 관심이 있었던
이 구질구질한 나그네는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모양이 비슷한 오래된 소련제 라다를 보자
볼보 240 DL을 보듯이 반가웠다.
폐차 직전인 이 차는 구렁이 담 넘듯 멈추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달렸다.
중간 중간에 조선족 운전사겸 가이드는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으라는 친절을 보여주었고
언덕 아래 강가에 몇 집이 있었는데 그 곳에 노래방이 있고 북녀들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윗 사진의 산 기슭은 전부 무덤이고 아래 사진은 위대한 조국의 철광도시인 무산이다.
나의 허름하고 구질구질한 옷차림을 보고 "나도 무산에서 왔어요" 라고 말한 무산 출신의
화끈한 북녀가 이 가을에 생각나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