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공모주 청약에만 2조8000억 달러(3178조원)가 몰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던 앤트그룹 기업공개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서 갑자기 중단된 데 따른 충격파가 가시지 않자 중국 감독 당국이 입장을 내놨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4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앤트그룹 상장 중단 결정은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며 중국 정부가 개입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제정책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앤트그룹이 상장을 서두르는 것을 막은 것은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라고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결정을 옹호했다. 입을 맞췄다는 의심도 든다.
증감위 발표대로 앤트그룹의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3일 앤트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마윈 등이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감독기관에 불려가 '웨탄'이라는 예약면담을 한 것이 '중대한 사건'이라며 상장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홍콩증시 기업공개 절차 중단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중단 조치가 있은 후 앤트그룹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앤트그룹이 자발적으로 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증감위가 앤트그룹이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에 등록하는 것을 동의한 게 불과 10여 일 전인 지난달 21일이기 때문이다.
증감위 스스로 앤트그룹 상장에 동의해 놓고 열흘 만에 '규제정책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이유로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은 충격적이고 이율배반적이다. 중국을 믿을 수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5일 "앤트룹의 기업공개 절차 중단으로 인한 혼란은 건전한 자본시장 관리에 대한 중국의 평가를 훼손하고 기업가와 투자자들을 두려워하게 해 금융허브로서 상하이와 홍콩의 발전을 방해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고 중국이었기에 가능한 초대형 기업의 기업공개 중단은 앤트그룹의 실질 소유주인 마윈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 웨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금융감독 당국의 보수적 정책을 비판했다.
왕치산 국가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고위급들 면전에서 이뤄진 돌직구 때문인지 시진핑 주석의 '경제책사'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위원회는 지난 1일 "금융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감독 관리의 영역에 포함해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2일에는 앤트그룹이 주력으로 하는 인터넷 소액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는 입법 예고안이 발표됐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액대출에 대한 감독강화 방침이 뜬금없거나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부터 규제 논의가 있었고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측면도 있다.
중국의 책임있는 당국 어느 곳도 확인해주지 않고는 있지만 상하이 증권거래소나 증권감독위원회가 밝힌 상황변화도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기다. 하필이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액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앤트그룹의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마윈의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가 안나올 리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4일 밤 상하이 수입박람회에서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중국 진출에는 역시 위험 요인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계기가 됐을 수 있다.
물론 중국 금융감독 당국은 이런 점들까지도 다 고려해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결국은 시장에 대한 통제의 끈을 놓치 않겠다는 의미이자 아무리 큰 거물이라도 당국의 눈 밖에 나면 무사하지 못한다는 경고의 사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노컷뉴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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