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 한국 조선업계를 낙점하면서, 한미 간 조선 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조선업체이자 함정기업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은 16일 방한 중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HD현대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이날 오전 제주에서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나 선박 건조와 항만 크레인(안벽 컨테이너 크레인)을 비롯한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전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날 회담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329180)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간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시하며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와 관련, HD현대의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크레인이 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교체를 추진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중국산 크레인 교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산 부품을 활용한 크레인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사실상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후 USTR은 지난달 17일 중국산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면 항만 크레인도 협력 아이템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미·중간 공정 무역을 위한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오후 APEC 통상장관 회의 현장에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와도 만나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양측은 조선업과 관련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김 대표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화오션의 전략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거제 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수요와 장기적인 생산 역량 확보를 고려해 미국 내 추가적인 생산 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에서는 조선산업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 방향 및 협력 의지도 공유됐다.
김대표는 “한화오션은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바 있다.
한화는 미국 앨라바마주 모빌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사(社) 지분 9.9%를 직접 매수하는 등 19.9%에 이르는 오스탈 지분 투자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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