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모델에 중파방송(AM) 라디오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나서 미국에서 반발이 거세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 자료를 인용, ‘지난 100년간 매스 미디어의 한 축을 담당한 AM 라디오가 자동차에서 제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 BMW와 폴크스바겐, 일본 마쓰다, 미국 테슬라, 스웨덴의 폴스타 등 8개 자동차 업체가 자사 최신형 전기차 모델에 AM 라디오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2024년부터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차까지 모든 차량에서 AM 라디오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전기 엔진의 전자기 방해로 인해 AM 라디오에서 발생하는 잡음과 소음이다.
기업들은 △FM 라디오나 온라인 팟캐스트 등 더 좋은 음질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점 (AM 라디오가) 품질이 낮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점 등도 이유로 내놨다.
미국에선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기업들의 AM 기능 제거를 막는 법안도 나왔다.
전미방송협회(NAB)에 따르면 미국에는 총 4185곳의 AM 방송사가 있으며, 매월 8200만명이 AM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다. 이중 다수는 노년층과 유색 인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가장 청취자 수가 많은 라디오 토크쇼 10개 중 8개가 보수 성향인 만큼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에게도 AM 라디오는 중요한 창구다.
AM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마크 레빈은 지난달 자신의 방송에서 “그들은 마침내 보수 토크쇼를 공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자동차 업체들을 비판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도 AM 라디오 퇴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세 AM 라디오 방송국들이 이민자들에게 맞춤형 방송을 내보내고, 재난 상황에서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자동차 업체들이 AM 라디오를 계속 장착하도록 해달라고 교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긴급 상황에는 운전자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어 중요한 안전 정보를 놓칠 수 있다”며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구했다.
AM·FM 라디오를 모두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 WGNS은 지난 13일 AM 라디오의 청취자들도 의회에 17만 개가 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의 초당파 의원들은 자동차 기업들의 이런 행보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도입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추가 비용 없이 새 차량에 AM 라디오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마키 상원의원은 최소 8개의 기업이 전기차 모델에서 AM 기능을 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테슬라와 BMW, 포드, 폭스바겐 등이 포함된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AM 라디오는 ‘유사시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AM 라디오는 넓은 지역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미국, 중국 등 국토가 광활한 나라에서 재난 상황 등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경우 국토가 넓지 않아 AM 라디오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MBC와 SBS는 지난해부터 AM 라디오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일본의 미쓰비시, 닛산, 도요타, 혼다 등은 AM 라디오 기능을 제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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