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조직 축소의 일환으로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글로벌미디어국(USAGM) 산하 기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글로벌미디어청(USAGM) 등 7개 연방 정부 조직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조직 축소를 위한 추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뤄졌다.
해당 행정명령의 대상에는 USAGM 외에도 △연방 조정·화해 서비스(FMCS) △박물관·도서관 서비스(IMLS) △노숙자 문제 협의회(USICH) △지역개발 금융기관(CDFIF) △소수계 비즈니스 개발청(MBDA) 등이 포함됐다.
VOA는 미국 정부 산하 방송이지만, 편집권이 독립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여러 차례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VOA 보도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측근을 미국 국제방송국(USAGM) 수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정부효율부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9일, X(구 트위터)에 리처드 그레넬 전 대통령 특임대사의 "VOA와 RFE는 극좌 성향 활동가들로 채워져 있어 폐쇄해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며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단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할 뿐"이라며 VOA를 강력히 비판했다.
우파 정치인으로 USAGM의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캐리 레이크는 "이 기구에는 낭비, 사기, 남용이 만연하다"며 "이 기관은 구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VOA, 反민주 성향”
이번 조치에 따라 VOA 한국어 서비스 등 일부 방송이 중단됐으며, 해당 기관의 기자 및 직원들이 휴직 조치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VOA 기자들은 15일 행정 휴가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받았으며, 약 1300명의 직원이 통보를 받았다. 또한 VOA의 건물 및 시스템 접근이 차단돼 사실상 휴직 상태가 됐다.
VOA 국장 마이클 아브라모비츠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300명에 달하는 기자, 프로듀서, 보조원 등 직원 전원이 행정 휴가에 들어갔으며 약 50개 언어로 운영되던 방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VOA 한국어 서비스 역시 "VOA 방송국 사정으로 인해 현재 한국어 서비스 방송과 웹/소셜미디어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VOA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 48개 언어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부터 VOA가 친중 및 친러 성향을 띤다고 비판해왔다. 백악관은 VOA 일부 기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반(反)트럼프 성격의 글을 올리고,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하는 것을 제한했으며,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후보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RFA도 비슷한 상황이다. RFA 관계자는 며칠 내로 운영자금 입금이 이뤄지지 않으면 21일부터는 일시 해고에 들어가야 하며, 결국은 대부분의 근무인원이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VOA와 RFA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언론 자유가 제한된 국가에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한다는 취지로 활동해왔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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