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의 김치·한복 등에 이어 이번엔 1960년대에 만들어진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 ‘삼계탕’까지 중국 전통요리라고 우기면서 문화공정을 계속 확산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백과사전에 최근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 삼계탕이 중국의 대표 탕요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3월 29일 국내 언론에 따르면, 바이두 백과사전은 삼계탕에 대해 ‘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廣東)식 국물 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두 백과는 삼계탕이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지만 문헌 기록 등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삼계탕의 원조는 닭백숙이다. 삼국 시대부터 먹었지만 인삼이나 약재를 같이 넣고 끓이는 방식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등장했다. 그러다 1950년대에 인삼가루를 넣은 ‘계삼탕’을 파는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고, 6·25전쟁 이후인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삼계탕에 인삼가루 대신 말린 인삼을 넣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바이두는 중국의 광둥식 국물요리가 한국 삼계탕의 유래라고 강조하며, 삼계탕이 ‘한국의 대표 궁중요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두 측이 삼계탕의 기원이 광둥식 국물요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광둥성 지역에 유사한 형태의 탕요리가 많아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닭·돼지 등 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내는 ‘라오훠징탕’은 광둥의 대표 탕요리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른 닭고기와 약재를 한데 넣고 끓이는 방식으로, 삼계탕과 차이가 있다.
우리 삼계탕이 중국에 공식 수출된 것도 2016년부터다. 2015년 한국과 중국이 ‘삼계탕 중국 수출 검역·조건’에 합의하며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태극 무늬 마크를 넣은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삼계탕을 조리하는 장면이 방영된 후 중국에서 삼계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문화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이두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두 백과사전이 김치에 이어 삼계탕도 왜곡한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항의 메일에서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국제적 상품분류체계인 HS코드조차 없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HS코드'는 수출 시 관세율과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며 "한국은 '삼계탕(Samge-tang)'에 '1602.32.1010'이라는 HS코드를 붙여 관리한다고 (바이두에) 설명해 줬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바이두는) 정확한 정보를 중국 누리꾼에게 알려주길 바란다"며 "(김치에 이어)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 민족을 조선족이라고 표기하는 바이두에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최근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국 문화로 왜곡하려는 ‘문화공정’을 강화하며, 김치는 물론 한복·판소리·한글까지 자국 문화와 관련 있다고 우기고 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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