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고교 중국어 교과서가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김치를 오역한 국내 대표적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인 다락원,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등을 대상으로 시정을 요청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四川)의 염장 채소로, 피클과 비슷한 음식이다. 김치와는 모양, 제조 공정, 발효 단계 등에 큰 차이가 있지만 중국은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韓國 泡菜)’로 부르며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크에 따르면 지학사는 ‘한국 식당의 차림표’라는 소개에서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정진출판사는 한국 음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김치를 ‘파오차이’로 각각 번역했다.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고 묻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번역했다. 능률출판사는 음식 맛을 표현하는 단락에서 김치 삽화와 함께 ‘파오차이(泡菜)’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라)’를 함께 제시해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을 완성토록 했다.
특히 사시북스, 능률출판사는 본문뿐만 아니라 어휘 색인에서도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했다.
반크 측은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을 무시하고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고 왜곡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오역은 중국의 국제 홍보에 악용할 수 있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크는 해당 출판사에 파오차이가 아닌 고유명사 김치를 그대로 쓰거나 농림부가 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국내 편의점에서도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전수 조사를 통해 이날 파오차이 표기가 있는 제품들의 발주와 판매를 중단했다.
이 논란은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GS25의 주먹밥 제품인 '스팸 계란 김치 볶음밥'의 제품명 중국어 표기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현한 사진과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유통 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병기 표기하고 있는데, 중국어의 경우 정부의 표기 지침상 파오차이를 병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문제점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제정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훈령 제427호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반크는 같은 해 12월 문체부에 해당 내용을 바로 잡을 것을 요청했지만 문체부는 현재까지 해당 훈령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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