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파오차이'(泡菜) 에서 '신치'(辛奇, 한국어 발음: 신기)로 변경한 가운데, 이는 우리의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22일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체부 훈령 제448호)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 훈련에서는 기존 훈령에서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 용례로 제시했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신기'로 명시했다.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 채소'다. 김치와 조리법부터 맛까지 모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국어에는 한국어와 달리 '김' 소리를 내는 글자가 없어, 중국에서 김치는 '한궈 파오차이'(??泡菜, 한국식 절임채소) 또는 '라바이차이'(辣白菜, 매운 배추김치) 등으로 불렸다.
앞서 우리 정부는 한국식 김치 표기를 위해 2010년대 초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신치'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신치가 '맵고 신선하다'는 뜻을 담은 탓에 백김치와 동치미 같은 제품까지 포괄해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후 문체부가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파오차이'로 명시하면서 국내 기업은 이를 따랐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이 시중에 판매하는 김치 식품에 김치의 표기를 파오차이로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GS25는 지난 6월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의 제품 설명에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해 곤욕을 치렀다. GS25는 하루 만에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기업과 시민단체 등은 문체부 훈령을 시정할 것을 적극 요청했다. 결국 '파오차이'는 '신치'로 변경됐다.
문체부 측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리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김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022)를 기념해 양국의 음식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유문화에 대한 논의와 교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 결정이 우리 김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중국 문자(한자) 명칭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어 김치를 중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 한자 명칭이 필요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김치를 '신치'로 표기한다는 건 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치 대신 신치를 사용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명사인 김치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내외적으로 김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다"며 "김치는 중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다. 김치 대신 '신치'를 제정한 것은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거나 '신치'를 개발한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국인들은 한국 김치와 가장 근접한 문화라고 여기는 그들의 '파오차이'를 택해 김치를 번역하고, 김치가 파오차이와 다른 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한궈'(한국)라는 접두어를 붙여 불러왔다"며 "굳이 '신치'라는 말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 일관성이 없어 김치의 홍보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김치를 '辛奇'로 표기하면 중국 발음으로는 '신치'지만,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는 '신기'가 된다"며 "김치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신기'로 둔갑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라고 쓰는 건 중국인들 스스로 고안한 것이지, 미국이 나서서 지어 준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나서서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우리가 고유명사 김치를 버리고 '신치'라는 말을 지어서 중국에 제공하고, 앞으로 김치를 신치라고 부르겠다는 뜻을 밝히는 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머지않아 '한국에는 신치가 있다. 김치, 즉 파오차이는 중국의 고유 음식'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머니투데이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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