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부산항에 입항한 외국 국적 화물선에서 24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량의 코카인이 발견됐다.
부산본부세관은 12일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부산신항에 접안한 몰타 국적 화물선(9만 5390t급)에서 코카인 720㎏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카인 1회 투약량(0.03g)을 기준으로 할 때 무려 24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세관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정보 제공을 통해 해당 선박을 수색했다. 마약은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 내부에서 발견됐다. 선박은 남미에서 출항해 부산에 도착했으며, 선박 관계자들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세관과 검찰은 마약 출처와 유통경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코카인을 실은 컨테이너가 국내 반입 예정이었는지, 단순한 경유 예정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항만에서 이처럼 대규모 마약 밀반입 시도가 잇따르면서 항만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에도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입항한 3만 2000t급 벌크선에서 시가 1조원, 약 2t 분량의 코카인이 적발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코카인은 670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부산항에서도 지난해 1월, 브라질에서 출항해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들어온 한국 국적 화물선의 해수공급장치(씨체스트)에서 100㎏의 코카인이 발견됐고, 같은 해 4월에는 미국에서 부산신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에서 코카인 33㎏(시가 165억원)이 적발됐다.
이들 대부분은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이 선박에 마약을 몰래 숨겨 제3국으로 운반하는 이른바 '기생충 수법'이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을 선박에 몰래 실은 후 목적지에 이르기 전 '회수조'가 물건을 몰래 꺼내는 방식이다.
이밖에 또 코카인을 액상 상태로 들여온 뒤 고체로 가공해 유통하려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거듭되는 대규모 밀수의 적발로 인해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대형 밀수 사건에 대해 국내 마약 유통망이 상당히 조직화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사회 고위층이나 정치권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검·경과 세관 등도 “국제 마약밀매 조직이 한국의 코카인의 새로운 시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더 이상 국제 마약밀매 조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세관이 적발한 마약류는 769kg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와 비교해도 5배 넘게 폭증했다. 마약 종류 또한 필로폰, 신종마약, 대마, 코카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720kg 코카인 밀수는 올 초 강릉 옥계항에서 적발된 2톤급 마약과 더불어, 국내 마약 단속 역사상 최대 수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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