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온라인 범죄 조직에 의한 인신매매와 납치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취업을 제안받고 태국에 입국한 20대 한국인 남성 A씨가 미얀마 국경에서 납치돼 보름간 감금됐다가 구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태국에 있는 무역 회사에 영어 통역 담당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알고 태국 방콕으로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2일 외교당국과 주태국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4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 다음 날 미얀마 동부 카렌주(州) 미야와디로 납치돼 중국계 사기 조직에 감금됐다가 납치 보름 만인 지난달 30일 풀려났다.
A씨는 소지품을 빼앗긴 채 온라인 금융 사기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성 사진을 활용한 가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만들어 40~50대 한국인 남성에게 접근, 투자를 유인하는 일을 강요받았다. A씨는 부진한 실적 등을 이유로 폭행도 당했다고 진술했다.
주미얀마 대사관과 태국 대사관은 신고가 접수된 후 현지 당국과 공조해 A씨의 위치를 파악하고 구출에 나섰다. A씨는 미얀마 내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머문 뒤 지난 20일 태국으로 송환됐고, 같은 날 밤 한국으로 귀국했다.
최근 미야와디를 중심으로 한 미얀마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계 조직이 취업 사기를 빌미로 외국인을 납치해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취업 사기, 인신매매 등으로 모은 인력을 감금하고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등의 범죄에 동원하고 있다.
지난 1월엔 중국 배우 왕싱이 태국에서 납치돼 이 지역으로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구출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삭발한 채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 태국 여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이후 중국과 태국, 미얀마 등은 국제 공조를 통해 사기 작업장 단속을 벌였고, 수천 명에 이르는 중국인 등 외국인 피해자들이 본국 송환됐다.
하지만 미얀마 국경 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국계 주도 온라인 사기 조직은 여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여전히 5만∼10만 명이 범죄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11월에도 한국인 19명이 미얀마 국경 도시 타칠레이크의 한 사기 조직에 감금돼 불법 행위를 강요받다가 미얀마 경찰에 구출됐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고수익을 미끼로 우리 국민을 납치, 감금해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각별한 주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미야와디 지역 여행경보도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 이곳에 방문·체류하면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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