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캄보디아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범죄조직에 의해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현지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최근 동남아시아 온라인 범죄의 주요 거점으로 떠올랐다. 미얀마·태국 접경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조직 상당수가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이들은 고임금 구인광고로 아시아 각국 청년들을 유인해 감금·폭행하며 불법 온라인 사기나 도박사이트 운영에 동원해 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지만 정부의 대응은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적극적인 ‘탈출 작전’을 벌인 인도·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하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2년 캄보디아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붙잡힌 자국민 100여 명을 직접 구조했다.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현지 범죄 거점을 급습하고, 피해자들을 집단 송환하는 형태였다.
인도 정부는 2024년 한 해 동안만 770명의 자국민을 구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캄보디아 인도 대사관은 캄보디아 경찰에 구체적인 수사 단서를 제공하며 합동 작전을 벌였고, 2022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약 1000명의 인도인을 구출했다.
인도는 대사관 직원이 직접 수색·확보·송환 절차에 참여했으며, 일부 구출 작전에는 인도 내무부 인력이 파견되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번 대학생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현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설치를 추진하며 현지 경찰과의 공조 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인도·말레이시아처럼 정부 주도의 ‘탈출 작전’이나 구조 인력 투입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주캄보디아 대사 자리도 석 달째 비어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한국의 대응은 범죄 발생 후 수습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캄보디아 내에 감금·착취 피해자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사전 탐지·구출 작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챈 모양새다. 캄보디아에 대해 여행경보 격상을 검토하겠다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대응팀에는 외교부 외에도 경찰청과 국정원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의 한국인 납치 신고는 2022년 1건에서 2023년 17건, 2024년 220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330건으로 폭증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뒤늦게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