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강제이주를 둘러싸고 주민과 개발업자간 대립이 빈발하는 중국에서 HIV(에이즈) 환자를 고용해 주민을 내쫓는 수법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중국 신경보(新京报)가 전했습니다. 지난 25일 허난(河南)성 난양(南阳)시 정부는 ‘HIV 퇴거 가옥’을 적발해 주범을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0년부터 관련 취재를 해온 신경보는 현지의 한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국은 10년 전부터 주민에 대한 채무 추심, 강제이주를 위해 HIV 환자를 고용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HIV 환자라고 자칭하는 무리가 난양시의 이주대상 단지에 닌입해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들을 위협한 사건이 논란이 되자 당국은 마지못해 단속에 나섰습니다.
샤오싼(肖三, 가명) 씨는 “1년에 3, 4회 정도 ‘일’이 들어온다”, “동료가 많기 때문에 전화 한 통화로 곧바로 수십 명이 모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HIV 집단감염 피해자 중 한 명으로 1999년에는 사촌을, 2년 후에는 형을 HIV로 잃었습니다.
평소에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왕샹차이(王向财) 씨는 “이 일의 일당은 식사제공과 함께 대략 100위안(약 17,000원)이고 사람을 알선하면 소개비도 받는다”, “운이 좋을 때는 일당 400위안(약 7만원)을 받을 때도 있다.”라며 악의 없는 모습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또 “체력적으로도 편해서 동료들은 이 ‘일’을 기꺼이 맡는다. 허난성뿐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로도 간다”며, "'나는 HIV 환자다'라고 외치면서 HIV 치료 카드를 주민에게 내밀면 상대는 쏜살같이 달아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에 빈곤지역의 농민들이 현금을 얻기 위해 매혈에 나섰고 비위생적인 혈액관리로 인해 HIV 집단감염이 발생해, 허난성에는 많은 ‘에이즈 마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HIV 치료 자원봉사를 계속해 온 의사 가오야오제(高耀洁) 씨는 2005년 당시 “허난성에만 감염자가 약 100만명, 전국적으로는 6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 겸 가해자가 된 중국 HIV 환자들, 이들에게 위협받는 주민들은 현재 중국사회에서 약자가 처한 강제 이주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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