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청(清)나라의 신성(新城)에 두오(杜梧)라 불리는 현(縣) 정부 관리가 있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그는 혼미한 중에 어떤 미녀가 그와 동침하는 것 같아 요괴에 홀린 것을 알았으나, 벗어날 방법이 없어 날로 병약해졌다.
어느 날, 그는 정신이 가물가물한 중에 원신(元神)이 몸을 이탈하여 한 관청에 이르렀다. 언뜻 보니 현의 관아와 흡사했으나, 자세히 보니 현지의 성황당이었다. 드나드는 이는 모두 저승의 심부름꾼이었다. 이어 그는 한 노년의 관리를 봤는데, 바로 세상을 뜬 동료였다. 그래서 그 동료에게 가서 물어보니 그 관리는 매우 이상하게 여기며 얼른 두오를 동쪽 복도의 방으로 오게 했다.
두오는 안쪽에서 한 판관을 봤으며, 노 관리는 방에 들어가 두오가 요괴에게 홀린 정황을 판관에게 설명했다. 판관은 두오를 들어오게 해 직접 서류를 조사하고는 비로소 원인을 찾은 듯 그에게 말했다. "너는 젊은 시절 색을 좋아해 한 과부를 간음하려 생각했기 때문에 여우요괴가 이 틈을 타 너를 홀렸다. 너의 병은 치료할 수 있을지라도 여우요괴는 쫓을 방법이 없으니 어쩐다?”
두오는 자기 생각에 이런 일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판관은 서책을 그에게 보여줬는데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다. '모월 모일, 두오는 이웃집 부녀자 왕씨를 보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지 얼마 안되었으니, 월담하여 그녀를 품어 향락을 누려보자. 두오는 이를 보고 비로소 신은 사람의 생각을 모두 분명히 볼 수 있음을 알고 잠시 놀랍고도 두려웠다.
판관은 이어서 말했다. " 당시 너는 다행히 공무로 외출을 하여 이 생각을 내려놓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내가 여우요괴를 불러 직접 꾸짖으면 화를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종이에 몇 글자를 써 방안에 있던 한 사람에게 말했다. "빨리 동쪽 성의 파손된 사당 안의 여우요괴를 불러오라!" 그 사람은 서신을 가지고 갔다.
잠시 후, 과연 커다란 여우가 천천히 걸어 왔다. 판관은 여우요괴를 꾸짖었으나, 여우요괴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판관은 손을 흔들어 여우요괴를 물리친 후, 두오에게 말했다. "요우인흥(妖由人興, 요사스러움은 사람이 양심을 잃었을 때에 일어남)이라. 바로 너의 나쁜 생각때문에 비로소 너를 홀릴 수 있었다. 다행히 너의 수명은 아직 많이 남아 여지가 있으니 지금 빨리 돌아가 마음을 바로잡아 병환을 제거하고 의원의 치료를 받으면 쾌유될 수 있을 것이다.”
판관은 그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러한 나쁜 생각을 없애거라!" 이어 노 관리가 두오를 배웅하며 반복해 말했다.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하여 다시는 사념(邪念)을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두오의 원신이 성황당을 나오자 갑자기 육신으로 돌아와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 보니 집안 사람 모두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두오는 도덕윤리로 엄격하게 자신을 단속했으며, 명의를 불러 처방을 받으니 신체는 천천히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혼자 잠을 잘 때 여우요괴가 다시 미녀로 변해 다가와 그를 비웃었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친숙했다. 두오는 단지 입으로 요우인흥(妖由人興)을 외우며 조금의 미동도 없이 여우요괴의 교란을 막았다. 몇 차례 오더니 여우요괴는 애통해 하며 말했다. "며칠 보지 않았는데 너는 이미 오하아몽(吳下阿蒙, 오나라 장수 여몽(呂蒙)과 같이 학식이 짧은 사람이나 진보가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구나!" 말을 마치고 떠난 여우요괴는 다시는 감히 오지 않았다.
후에 두오는 시시각각 엄격하게 자신을 요구하여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