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대시인 이백(李白)은 일찍이 속임을 당한 적이 있지만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속인 자와 친구로 지냈으며 그들의 우의(友誼)를 청사에 남겼다. 이백을 속인 사람은 바로 왕륜(汪倫)으로 이백의 싯구,
桃花潭水深千尺(도화담수심천척) 도화담의 수심은 천척이지만
不及汪倫送我情(불급왕륜송아정) 나를 보내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
라는 천고의 명구를 남겼다.
왕륜은 당대(唐代) 이현(黟縣)의 재주가 뛰어난 사람으로 경현(涇縣)의 현령을 지냈고 사직한 후 도화담(桃花潭)을 떠나지 못해 가족과 함께 경현으로 이사해 살았다. 그는 성정이 호방하고 명사들과 교류를 즐겼다. 당나라 천보연간(天寶年間 742~756)에 왕륜은 대시인 이백이 남릉(南陵)의 숙부 이빙양(李冰陽)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시 이백은 시단에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왕륜도 그 시선(詩仙)의 풍채를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경주는 지명도가 높지 않고 자신 역시 평범한 사람인데 어떻게 유명한 대시인 이백을 청해 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사정도 왕륜을 좌절시키긴 어려웠으므로 그는 계책을 세웠다. 그는 붓을 들어 이백이 손님으로 올 것을 요청하는 글을 썼는데,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께서는 유람을 좋아하십니까? 이곳에 십 리의 도화(桃花)가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술을 좋아하십니까? 이곳에 만가(萬家)의 주점이 있습니다.’
이백은 평소 음주를 좋아했는데,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에서 뜻을 얻었을 때 모름지기 마음껏 즐기어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술잔이 저 달을 헛되이 대하도록 하지 말라'
는 그 생활의 진실을 비쳐주고 있다. 왕륜의 서신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술이 있다니 자연히 나가고 싶어 흔쾌히 초청에 응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서신 속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왕륜은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도화담으로 자리를 옮겨 이백에게 웃으며 말했다.
"도화(桃花)는 십 리 밖의 연못 이름이고 십리 안에 도화는 없습니다. 만가(萬家)는 주점을 개업한 주인의 성이 만씨라는 것을 뜻할 뿐 만개의 주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백은 들은 후 크게 웃으며 어리석은 농으로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왕륜의 성정에 감동 받았다. 마침 복숭아와 배꽃이 피는 봄날을 맞아 온 산이 알록달록하고 게다가 연못은 깊고 푸르며 맑고 투명하게 빛났으며 푸른 산이 연못에 비쳐 이곳에서 이백은 매일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를 먹으며 시를 읊었다. 고상한 담론을 나누며 하루에도 수 차례 연회를 가졌고 종종 밤도 지새웠는데, 이것은 이백이 좋아하는 생활이었다. 또 이백은 도리어 이곳의 주인을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그는 ‘過汪氏別業二首(과왕씨별업이수)’를 지어 시 속에서 그와 왕륜을 두자명(竇子明), 부구공(浮丘公)과 같은 신선이 온 것으로 비유했다.
왕륜은 이백이 수 일을 머물고 이별할 때가 되자 명마 여덟 필, 비단 열 필을 보냈다. 이백이 동원고도(東園古渡)에서 배에 올라 만촌(萬村)으로 가 다시 육로로 여산(廬山)으로 가려 하자, 왕륜이 고안각(古岸閣) 위에서 연회를 베풀어 송별했다. 아울러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민간의 ‘답가(踏歌)’를 부르고 두 병의 술을 꺼내 이백에게 주며 전송했다. 이백은 왕륜의 성의에 매우 감격하여 ‘贈汪倫(증왕륜)-왕륜에게’ 한 수를 지었다.
李白乘舟將欲行(이백승단장욕행) 이백이 배에 올라 떠나려 하는데,
忽聞岸上踏歌聲(홀문안상답가성) 문득 언덕 위에 답가(踏歌) 소리 들리네.
桃花潭水深千尺(도화담수심천척) 도화담의 수심이 천 척이지만
不及汪倫送我情(불급왕륜송아정) 나를 보내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
이 시는 후세에 널리 알려져 천년 동안 전해지며 후세 사람이 항상 인용하는 우의를 기리는 전형적인 시가 되었다. 왕륜 역시 이백의 싯구 때문에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청사에 이름을 드리웠다.
清水出芙蓉(청수출부용) 맑은 물에서 연꽃이 나오니
天然去雕飾(천연거조식) 자연스러워 꾸밈이 없네.
후인들은 이 이백의 싯구를 즐겨 낭송하여 이백의 시는 널리 알려졌다. 이백은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그대로 시가 되었는데, 조금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의 자유분방하고 감정을 거리낌 없이 토로하여 천진하고 자연스러워 수식이 없었는데 보기에는 평범한 것 같으나 가장 뛰어났다. ‘贈汪倫(증왕륜)’은 바로 이백의 이런 자연고묘(自然高妙)한 시풍을 체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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