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26일 홍콩에서 진행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캐리 람(林鄭月娥·60) 후보가 홍콩 5대 수반에 당선됐다.
친중(親中)파로 렁춘잉(梁振英) 현 행정부에서 정무사장(총리)를 지낸 캐리 람은 38년 이상 공직에 헌신한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한 때 홍콩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등 강경한 태도로 맞서면서 홍콩인에게는 반감을 샀고 중국 정부에는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이날 선거는 캐리 람과 온건 친중파로 여겨지는 존 창(曾俊華·65), 자유주의 성향의 후보로 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우궉힝(胡國興·70) 등 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으며, 람 후보가 1194명의 선거위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601)이 넘는 777표를 얻어 당선됐다.
경쟁자인 존 창 후보는 365표를 얻었고, 또 다른 후보인 우궉힝(70) 전 고등법원 판사는 21표를 얻는 것에 그쳤다.
람 후보의 당선에 대해 야권에서는 “선거위원회 회원 중 약 4분의 3이 친중 인사이고, 중국 당국이 선거 전 이들에게 람 후보를 지지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며, “이번 선거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는 ‘홍콩 반환 20주년’이기도 하다. 홍콩은 1997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안에 두 체제를 유지) 원칙하에 중국에 반환됐으며, 이후 반(半) 자치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중국이 반환 당시의 원칙을 무시하며, 홍콩의 민주와 자유를 억압한다는 불만이 확산되면서, 2014년 ‘우산혁명(79일간 진행)’을 비롯한 각종 시위가 잇따르고 있고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와 심지어 중국 본토와 완전 분리할 것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도 반대와 비난이 이어졌다. 선거 전날인 25일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선거 반대 시위를 펼쳤으며, 선거 당일에도 선거장인 ‘하버프론트 컨벤션센터’ 앞에 시위대 약 200명이 모여 ‘중앙 당국(중국 공산당) 지명자를 반대한다, 우리가 우리 정부를 선택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은 초대 행정장관 둥젠화(2대 연임)와 쩡인취안(도널드 창·3대) 렁춘잉(4대)에 이어 중국이 1997년 홍콩 주권을 회복한 이래 5대 행정수반 시대가 열렸다. 캐리 람은 오는 7월1일 행정장관에 공식 취임해 5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권성민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