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홍콩 반환이 갖는 사회적 불안과 의미를 잘 표현해낸 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가 9일 열린 제36회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을 휩쓸며 5관왕을 차지했다.
‘트리비사’는 홍콩의 중국 귀속을 앞둔 1997년을 배경으로 밀수꾼, 납치범, 금은방 털이범으로 살아온 3인의 범죄자들이 중국 귀속을 앞두고 어려움에 부딪히자 서로 만나 힘을 합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홍콩 반환이 갖는 사회적 불안과 의미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리비사는 산스크리트어로 탐욕, 분노, 무지의 세 가지 독(毒)를 의미한다.
홍콩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도 이 영화제에 관심을 갖는 많은 팬이 있지만,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중계를 허락하지 않아, 일부 비공식적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중계를 볼 수 있다.
9일, 온라인 사이트 ‘비리비리(bilibili)’에서 홍콩금상장영화제를 생중계했다. 하지만 ‘트리비사’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장면이 나오기 직전 당국은 방영을 차단시켰다.
중국으로서는 홍콩의 중국 반환을 ‘사회적 불안’으로 표현한 이 영화가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영화제 중계가 갑자기 중단된 데 대해 ‘저작권 문제’ 때문 이라면서, <트리비사>를 ‘본토 영화관에서 상영을 허가 받지 못한 영화’라고만 소개했다.
이 영화제에서는 지난해에도 중국 통치 하의 암울한 홍콩을 그린 ‘10년’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내용은 2025년 홍콩에서 본토어 사용이 의무화 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고통을 받는 택시기사와 마치 홍위병처럼 어른들을 감시하는 아이의 얘기 등 5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로 구성됐다.
환구시보는 ‘10년’에 대해 터무니없는 불안과 비관론을 확산시킨다고 비난했으며, 그 영화를 계기로 그동안 중국에서도 볼 수 있던 시상식 중계가 중단됐다.
지난 1990년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를 휩쓸던 홍콩 영화는 막대한 중국 자본에 밀려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점차 강화되는 중국의 간섭으로 홍콩 사회의 활기도 점점 가라앉고 있다. 홍콩 영화는 ‘직선제’가 좌절된 홍콩 시민들에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됐다.
박정진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