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중국이 서둘러 파리협정 수호 의지를 나타내면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함께 미국의 탈퇴를 강력히 비난하며, 파리협정 수호를 위해 앞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푸른 강산이 곧 천만금과 같다(綠水靑山就是金山銀山)’는 내용의 어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고,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어록을 집중 소개하면서 ‘미국과 달리 저탄소 녹색성장을 중시하겠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유럽 의회 및 네덜란드 환경평가원의 2015년 기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64만1789t으로 세계 1위다. 이 같은 양은 2위부터 5위를 차지하는 미국(517만2338t), 인도(245만4968t), 러시아(176만895t), 일본(125만2890t)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EU 회원국들은 모두 합해 346만9671t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경제개발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을 통해 ‘저임금, 저기술, 노동집약, 고에너지사용, 오염 배출을 통한 성장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서비스업, 에너지절약, 친환경인 경제 성장 구조로 변환하고, 에너지사용권, 수자원사용권, 오염물질배출권,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실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의 공백을 메워 대외적 영향력을 팽창하려는 정치적 행동일 뿐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언론은 “중국의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입장 표명은 미국의 고립을 이용해 국내외 정치 이익을 위한 민첩한 행보로, 대외적인 영향력을 팽창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시 주석이 올 가을 열릴 제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업적 선전이 필요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중국의 야심 찬 탄소 배출 감축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정착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홍콩에 기반을 둔 경제조사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 에너지는 2016년 기준으로 석탄 72.2%, 수력 17.1%, 풍력 3.4%, 태양광 1.1%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 가격 폭락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화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발전단가가 높아 전력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과 철강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도 ‘대량 실업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주춤한 상태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파리협정 수호 의지에 대한 진의와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