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최근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61)가 임종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는 2008년 인권 개선과 일당 독재 종식, 언론 자유 등을 촉구하는 '08 헌장'을 주도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2009년 베이징 제1 중급인민법원에서 국가 전복을 선동한 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으며, 지난 5월 23일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가석방됐다.
류사오보가 가석방된 데 대해 국제사면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중국이 류 씨를 완전 석방하고 해외에서 치료를 보장할 것’과 수감 중인 인권 운동가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지만 중국 측은 “내정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최근 류 씨의 병세가 위독해지자, 기존의 입장을 바꿔 미국과 독일에서 의료진을 초빙하겠다고 밝혔다.
7일 독일 간암 전문의 한 명이 랴오닝성 선양시의 중국의과대학 부속 제1병원을 방문해 류 씨를 진찰했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소견은 공개되지 않았다.
앰네스티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에 대한 해외 의료진의 진찰을 허락했지만 류 씨의 상태가 위독해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당국은 류샤오보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있도록 류 씨 부부의 출국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문의도 류 씨를 방문할 예정이다. 애나 리치-앨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국무부가 미국 의료 전문가의 중국행을 조율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전문의의 제약 없는 류샤오보 접견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이 류샤오보에 대한 친구 면회를 계속 차단해 비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류 씨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상황에서도 친구들의 면회를 차단하고, 부인인 류샤(劉霞·55)와 처남 류후이(劉暉)의 면회만 허락하고 있다.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는 2009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으며, 류후이 역시 사실상 보복성 판결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자유로운 발언이 어려운 상황이다.
류샤오보의 친구들은 온라인 청원을 통해 중국 당국이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친구들의 면회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ㆍ명보ㆍ빈과일보 등 홍콩 매체들은 7일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 확진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지만, 간기능 저하로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가족들은 의료진의 진단 결과를 전해 듣고 밤을 새우며 병상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류샤오보의 친구이자 시인인 예두는 “다가오는 24시간이 마지막 밤이나 아침이 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통지가 가족들에게 있었다”면서 “곧 샤오보를 잃을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그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지난 3일 복수를 뺀 뒤에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지만 5일부터 다시 악화했다.
언론들은 류샤오보가 사망할 경우 그동안 그에게 가해진 인권탄압이 재론되면서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와 가족들이 치료를 위해 요구했던 해외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베이징(北京) 주재 서방 외교관들과 국제앰네스티(AI)ㆍ휴먼라이트워치(HRW)ㆍ국제기자연맹(IFJ) 등의 류샤오보 출국 허용 요청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철저히 외면해왔다.
1955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1984년 베이징사범대 중문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 강단에 섰고, 체제 비판적 문학비평 활동을 했다. 1989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체류중에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사태가 발발하자 즉시 귀국해 왕단(王丹)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톈안먼 시위 지도부 대부분이 해외망명을 택한 데 비해 류샤오보는 중국에 남아 지금까지 네 차례나 체포ㆍ구금되면서도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류샤오보는 2008년 다당제를 요구한 '08 헌장' 서명 운동을 주도하다가 이듬해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 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 5월 23일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됐다.
류샤오보는 2010년 랴오닝성 진저우 감옥에 수감된 상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노벨상위원회는 그에 대한 수상 이유로 ‘중국에서 근본적 인권을 위한 장기적이고 비폭력적인 싸움을 벌여왔다’고 평가했다.
류사오보는 옥중 노벨평화상 수상으로는 1935년 카를 폰 오시에츠키(독일), 1991년 아웅산 수치(미얀마)에 이어 세 번째 인물이며, 신중국 건국 이후 귀화ㆍ망명하지 않은 첫번째 중국인 수상자이기도 하다. (사진: 유튜브 캡처)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