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홍콩에서 ‘신(新)이민’이라 불리는 이들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에서 건너온 본토인들을 가리킨다.
홍콩 당국은 중국인 대상의 장기체류비자인 ‘단청증(單程證)’을 하루 150명씩 발급해준다. 환산해보면 일 년에 약 5만명의 중국인이 홍콩으로 이주해오는 셈이다.
홍콩 인구는 반환 이후 20년간 48만명에서 740만명으로 늘어났는데, 이중 상당 부분은 신이민 유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인들은 신이민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홍콩 당국이 현지 시민보다 신이민을 우대하는 친중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보통 정부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영주택에 입주하려면 7∼8년씩 기다려야 하지만, 중국인들은 합법이든 편법이든 방법을 동원해 1∼2년만에 입주 자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인들은 신이민에 대해 “중국 당국이 과거 신장(新疆)과 티벳 등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한족의 이주를 장려한 것과 비슷한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사회학자 출신의 야당 의원 쳉충타이(鄭松泰)는 26일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이민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단청증 발급 대상자를 홍콩 당국이 아니라 중국이 정한다는 데 있다“며, ”홍콩 정부는 마치 중국의 부속 기관처럼 소극적으로 이 정책을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개입과 홍콩 정부의 친중 행보로 홍콩에서는 이민 희망자들이 늘고 있다. 홍콩 일간지에 캐나다 벤쿠버, 런던 등 해외 도시의 아파트나 부동산 광고가 자주 실리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다.
홍콩에 주재하는 해외 외교관은 “홍콩에서 이민 희망자가 80%에 이른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지만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이 같은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보안국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평균 7000∼8000명이 해외 이민을 가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호주, 캐나다가 주요 선호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와 생활환경이 비슷하고 언어가 통하는 대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홍콩 반환 이후 지난 20년 동안 중국 정부는 경제 활동과 신이민의 홍콩 유입을 통한 인적 융합을 꾀하며, 홍콩과의 일체화 작업을 가속화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와는 달리 홍콩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탈홍콩을 꾀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