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내년 하반기 개통을 앞둔 ‘광저우-선전-홍콩’을 잇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을 둘러싸고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 정부가 홍콩 웨스트카오룽(西九龍) 역사 일부를 중국에 임대하고 관할권까지 넘겨주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 정책결정기관인 행정회의는 중국이 고속철 종점인 웨스트카오룽역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만 평 구역을 중국에 임대하고 민·형사를 아우르는 ‘거의 모든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 협약을 전날 승인했다.
신문은 “이 역은 이용자들이 중국 공안들과 세관원들이 있는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어, 홍콩인들 사이에서 큰 반발과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중국이 홍콩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면서, 홍콩과 중국의 관계는 20년 전 ‘반환’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홍콩의 기본법에서는 1997년 반환 이후 50년 동안 일국양제를 실시하기로 규정돼 있어 홍콩은 중국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하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홍콩이 중앙 정부에 규정에 따를 것을 강요하며, 내정을 간섭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 고속철 역 건설 계획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일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홍콩의 반중활동이 금지선을 넘었다”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홍콩 야권 범민주파는 홍콩 정부의 이번 승인에 대해 “‘중국 국법은 홍콩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기본법 18조를 침해했다”며, “홍콩 내에서 본토 형법이 집행된다면 중국의 반체제 인사를 지지하는 홍콩인들의 자유를 위협하고 억압할 수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중국 측은 민사를 제외한 형사 재판권만 갖도록 하는 절충안조차 24일 거부해 홍콩 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범민주파인 제임스 토(涂謹申) 민주당 의원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훼손됐다”며 “범민주파는 법안의 홍콩 입법회 통과를 막기 위해 최상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냐 찬(陳淑莊) 공민당 의원도 “(웨스트카오룽 지역이) 본토에 임대되더라도 여전히 홍콩 땅이다. 오늘 (본토법이) 승인된다 해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이번 고속철 사업 승인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진: FT 캡처)
박정진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