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영국 BBC 방송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운영하는 범죄자 추적 시스템 ‘톈왕(天網)’에 대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2015년 ‘범죄자 추적’이라는 명분으로 ‘톈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은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시민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 방송 기자 존 서드워스(John Sudworth)는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톈왕’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사진을 현지 경찰에 제공했다. 이에 경찰 당국은 이 기자를 ‘주요 지명수배’로 지정했고, 톈왕을 통해 7분 만에 이 기자가 구이양시 장거리 버스 터미널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BBC 보도에 따르면, 구이양시 경찰국은 톈왕의 데이터베이스에 전 시민의 얼굴사진 데이터가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서드워스 기자는 ‘도주’ 하던 중 시내 곳곳에 있는 감시 카메라를 피하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는 이미 1.7억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만 중국 당국은 2020년까지 4.5억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톈왕’은 움직이는 대상을 추적 및 판별하는 ‘AI 감시 카메라’와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되는 시스템이다.
이 ‘AI 감시 카메라’에는 GPS, 얼굴인식 기능이 포함돼 있어, 신호위반 차량이나 무단횡단자 등을 포착한 후, 그 모습을 확대해 ‘인증’을 시작한다. 인증 대상이 지명 수배자로 확인될 경우 즉석에서 경보가 울린다.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9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휘황중국(輝煌中國)’에서 ‘톈왕’은 사람의 얼굴과 걷는 방법을 식별해 연령, 성별, 신장, 민족을 판단할 수 있고 식별 대상자의 친척과 친구, 지인의 신원 등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이 같은 ‘톈왕’에 대해 ‘이 시스템이 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시민을 감시하기 위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전문가들은 ‘후자’라고 답했다.
미 뉴욕대 법학대학원의 제롬 코헨(Jerome Cohen) 교수는 지난 15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중국에서는 ‘언론과 결사 자유’가 범죄로 규정됐기 때문에 당국은 ‘톈왕’을 이용해 인민들의 사상 교류, 작가·출판 활동 등을 한층 엄중히 감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헨 교수는 중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인 1979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서양 학자가 중국을 방문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비밀경찰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수년 전까지 중국에 체류했던 코헨 교수는 “중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당국의 감시 강화로 인한 공포와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정부에 대한 ‘약간의 비판적 발언‘만으로도 당국에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미 중국인 작가 후핑(胡平)은 VOA에, “톈왕은 중요 범죄사건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베이징 훙황란(紅黄藍) 유치원에서 발생한 원아 학대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경찰 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원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하드 디스크 고장으로 자세한 정황을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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