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웹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낙서풍의 만화를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치하고 단조롭게 보이는 그림이지만 일상의 좌절과 울분이 속 시원하도록 표현되어, 영어권과 중화권 온라인상에서 일명 ‘분노의 만화’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단속으로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분노의 만화’는 약 15년 전 영어권 네티즌들이 유행시킨 낙서풍의 4컷 웹툰이다. 중국에서는 ‘폭주 만화’로 불린 이 웹툰은 해학적인 일상을 그린 표현 방식을 사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는 왕니마(王尼馬)를 자칭한 인물이 중국 내에서 상표 등록을 해 본격적으로 상업화했고, 이후 인터넷 외에도 배우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과 일러스트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폭주 만화’는 중국 최대 SNS 웨이보(微博) 공식 계정에 10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는 검열되어 볼 수 없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YouTube)에서도 공식 계정의 등록자 수가 247만명에 이른다.
당국은 이 웹툰이 전쟁 중 활동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공산당원을 야유했다는 것을 단속 이유로 내세웠다.
공산당은 이들 공산당원들을 ‘영웅열사’라고 부른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지난 1일 ‘영웅열사 보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열사에 대한 ‘왜곡, 비방과 명예 훼손, 이들을 부정하는 글, 화상, 영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관영 청년망은 지난 16일, ‘폭주 만화’를 지목해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17일 베이징시 공안부 및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하는 사무국 등은 인터넷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 ‘영웅열사 보호법’을 위반하는 컨텐츠와 계정을 즉시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그후 대형 Q&A 사이트 ‘즈후(知乎)’, 웨이보,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쿠(優酷YouKu)와 이치이(Iqiyi) 등이 잇따라 이 웹툰을 삭제하면서 ‘폭주 만화’는 중국 인터넷 상에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 사이트인 유투브 공식 컨텐츠에서도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폭주 만화’의 왕니마 씨는 SNS 웨이보를 통해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2014년과 2015년에 만든 컨텐츠에서 영웅 열사를 야유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향후에는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한 후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폭주 만화’의 내용을 담은 첫 애니메이션 영화 ‘폭주! 기억을 상실한 수퍼맨’은 이달 초, 미국 영화 인터넷 전송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와 3천만 달러의 전송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일경제 신문에 따르면, ‘폭주 만화’는 시장 진출 전망이 밝아 지난해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30-40억 위안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가 인터넷 단속법을 지난 1일 시행했지만, 2014년의 ‘폭주 만화’ 동영상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시사 평론가 우빈(吳斌)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갈수록 더 독단적이고 광적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진: 微博 캡처)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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