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세계적인 대만계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85℃’가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자국 중심주의와 일그러진 국수주의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대만, 홍콩 등 언론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중남미 순방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현지의 ‘85℃’ 매장에서 커피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LA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85℃’ 매장에 들러 동행한 국회의원들과 여러 잔의 커피를 샀고, 매장 직원들과 환담을 나눴다. 총통의 깜짝 방문에 일부 직원은 가게 브랜드가 새겨진 빵 모양의 쿠션 등에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해당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LA 현지의 중국인들은 “매장 측이 차이 총통을 위해 빵을 선물했다”며, “타이두(臺獨·대만 독립 지지)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들썩거렸다. 하지만 이들이 지적한 빵은 진짜가 아닌 빵모양의 쿠션인 것으로 밝혀졌다.
‘85℃’를 겨냥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은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됐고, 중국 관영언론도 ‘85℃는 대부분의 돈을 대륙에서 벌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고 선동하며, 중국인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이번 논란으로 중국 내 589개 매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 1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85℃’는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에선 한 85℃ 매장에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쳐 각종 트집을 잡았고, 중국의 대표적 배달 앱인 '어러마' 등 일부 앱 업체들은 85℃를 주문 가능 목록에서 삭제했다. '85℃' 모기업인 '메이스다런'의 주가는 16일 7.5% 급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억2200만 달러(약 1379억 원) 증발했다.
중국은 85℃의 전체 매출 중 64%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곤혹에 빠진 85℃ 측은 15일 중국판 홈페이지와 LA 해당 매장의 페이스북 등에 “우리는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입장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냈다.
중국의 어처구니없는 불매운동에 대해 대만과 기타 각계에서도 비난과 지적이 이어졌다.
대만 총통부는 “민간기업의 활동에 이념의 잣대를 강요하며 불매로 위협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재대만협회 전 소장이자 리처드 부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황당하고 억지스러운 보복”이라며,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자국 중심주의와 일그러진 국수주의가 만든 저급한 협박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유튜브)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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