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필리핀이 중국식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곧 도입할 것이라고 필리핀 인터넷 매체 <래플러(Rappler)>가 2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통신기기 업체 화웨이의 한 간부는 최근 필리핀에서 열린 상업 포럼에서 “중국식 인공지능(AI) 부착 감시 카메라 시스템이 3년 내 마닐라에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는 화웨이가 제공하는 AI 감시 카메라가 도시지역의 거리와 공공시설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들 감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과 차량 정보 등을 통해 개인에 대한 신상을 면밀히 파악한다.
이 감시 시스템은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 신용등급 제도’와도 연관이 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중국군 간부 출신으로 중국 공산당과 깊은 유착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 간부는 포럼에서 ‘국가 안보’, ‘범죄 예방 및 축소’ 등을 내세워 감시 시스템의 설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에서 유괴된 3세 아동이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덕에 구출됐다며, 관련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아프리카 케냐의 사례도 소개했다. 중국 자본 침투가 확산되고 있는 케냐에서는 ‘안전 도시’라는 이름으로 수도 나이로비에 1,800대의 AI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범죄 검거율이 높아지고 범죄 발생률이 감소했다.
화웨이 간부는 또 마닐라에 감시 시스템 설치와 함께 개인 신용등급 제도도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화웨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닐라의 고급 상업지역인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BGC)에는 2014년부터 화웨이의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가 도입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행동을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감시 카메라로 파악해, 온라인상의 발언도 검열하고 있다. 이러한 검열의 기준은 법치가 아닌 당국의 입맛에 따라 정해지므로 서구 국가들은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검열과 감시를 ‘디지털 권위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달 1일 세계 65개국을 대상으로 인터넷 환경의 자유도를 조사한 ‘2018 인터넷 자유도 순위’ 발표를 통해, “중국 공산당식 검열과 감시 모델이 세계에 퍼져 디지털 권위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아브라모비치 프리덤하우스 대표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검열과 감시 모델을 해외로 수출해 국내외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디지털 세대의 민주주의는 검열과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인들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주민 감시를 위해 AI 감시 카메라가 도처에 설치되어, 위구르인들의 사소한 행동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2일, 미국 정부가 사이버 안보상 위험성이 있다며 화웨이 통신기기 사용을 피하도록 동맹국과 우호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최대 통신업체 스파크사는 지난달 28일, 국가통신보안국(GCSB)의 경고를 받아 들여 차세대 통신규격 5G 구축에서 화웨이 기기는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호주도 올 여름 같은 결정을 한 바 있다.
영국 비밀 정보부의 알렉스 영거 장관은 지난 3일,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강연에서 호주와 뉴질랜드의 예를 들며, 영국도 국가 안보상의 우려를 피해 화웨이 참가를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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