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출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국 출판 업체를 이용한 호주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 중앙 선전부가 정한 출판물 검열 기준에 따라 ‘자기검열’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외 공작에 주력하고 있는 공산당 정권이 해외기업 출판물에도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검열을 강요하는 상황이 드러났다.
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 교수이자 중국 전문가인 클리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최근 중국 선전부의 출판물 검열 기준 목록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많은 출판사들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 업체를 통한 제작을 선호하고 있다.
해밀턴 교수가 공개한 출판 검열 목록에는 미국에 망명 중인 시각장애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천광청(陳光誠), 가오즈성(高智晟) 변호사, 민주 활동가 후쟈(胡佳),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 위구르인 경제학자 이리함 트후티 등 중국 정부가 ‘정치 이견자’로 정한 118명의 명단이 담겨 있다.
또 현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상임 위원회를 포함한 지도부의 이름도 있다. ‘마오쩌둥’과 ‘시진핑’에 대한 언급을 피한다는 것은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밀턴 교수는 지난해 3월 중국 공산당에 의한 침투 공작을 설명한 책 ‘조용한 침략(Silent Invasion)’을 발간하기로 했으나 예정된 호주 대형 출판사 알렌 앤드 언윈(Allen & Unwin)사는 이 책의 출판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의 소송과 향후 중국에 출판 의뢰를 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출판 검열 목록에는 1989년 6월 4일에 발생한 톈안먼 사건, 홍콩 우산 운동, 재스민 혁명, 홍콩, 대만, 티베트 독립 운동, 위구르 사태, 파룬궁 등 사회를 뒤흔든 주요 시건들도 포함되어 있다. 기독교, 유태교 등 신앙도 검열 대상이 된다.
해밀턴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 출판을 의뢰한 해외 출판사들은 중국이 요구하는 출판 검열 외에도 공산당 선전부의 검열을 받지 않으면 제작을 진행할 수 없다. 출판물에 지도가 있을 경우에는 약 10~15일간 정부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밖에 중국 당국은 외국기관에도 국내와 동등한 언론 통제를 요구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국은 2017년 8월, 톈안먼 사건과 파룬궁 등 중국 공산당의 ‘민감 문제’ 관련 논문과 서평 300건 이상을 중국에서 열람할 수 없도록 차단했지만 학술계 등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차단을 취소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공산당 선전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미국, 영국 등 세계 30개국 이상의 대형 언론 매체에 ‘중국의 좋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홍보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공산당 정부가 이 같은 선전을 통해 공산당의 의향에 따르도록 여론 조작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