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해 국제과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전자편집 아기 탄생’과 관련해 실험을 진행한 연구진이 중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진은 허젠쿠이 교수가 피실험자에게 받은 동의서와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ChiCTR)에 등록된 문서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허젠쿠이(賀建奎)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제2회 국제 인류유전자편집회의 개회를 하루 앞두고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쌍둥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의 발표에 대해 인민망은 “세계 최초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해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면서, “중국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질병 예방 분야에서 역사적인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전문매체 STAT는 오타고대 연구진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허젠쿠이 교수 연구진이 중국 과학기술부와 선전시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중국남방과기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한 징-바오 니 오타고대 생명윤리센터 교수는 “허젠쿠이 교수팀이 보유한 프레젠테이션용 문서와 환자 동의서류, 중국 임상시험 등록센터에 등록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자금을 지원한 기관의 목록이 기재돼 있었다”며, “보조금을 신청하는 과학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돈의 사용처를 상세히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타고대 연구진이 입수한 자료에는 허 교수의 연구가 중국과학기술부의 국가 핵심 연구 프로그램(State Key Research Program of China’s science ministry)의 일환으로 기재돼 있었으며, 배아상태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하는 연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과학기술부는 23일 STAT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선전시 역시 유전자 편집 연구지원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타고대 연구진 이번 주장에 대해, “중국 당국이 허 교수의 자금 사용처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각국에서 금지된 유전자 편집 실험이 중국에서 진행된 것은 개인이 아닌 정부 시스템의 문제”라며, “(국가) 시스템이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놔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편집은 질병을 일으키는 등의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 내거나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법이다.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은 다른 유전자에 해를 끼칠 위험 등의 이유로 각국에서 금지된 상태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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