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통상적인 주가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중국 증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는 데다 정부가 통제하는 '공산주의 금융'이라는 지적이 일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급성장으로 지난 2010년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중국 증시는 하루 등락폭이 10%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가 다반사다. 지난 6월에는 하루사이 700억달러(약82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까지만 해도 5% 가까이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급등하면서 결국 5.53% 상승 마감했다. 또 '검은 월요일'로 기록된 지난 28일 2% 안팎의 하락세를 유지하던 증시가 막판 폭락으로 8.48% 떨어져 8년 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 밖에 지난 6월 초부터 전날까지 40거래일 동안 주가가 3%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17일로 거래일의 절반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이렇듯 장중 롤러코스터가 된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당국의 정책에 강하게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또 상장사가 스스로 판단해 무기한 매매를 정지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주식시장에서 폭락장이 펼쳐졌을 당시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인 1천400개 기업이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래를 중단했다.
최근 주가 폭락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해 개입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중국 증시가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닌,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며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중국 증시 상황은 '시장이 한번 무너지면, 당국이 개입해도 효과가 일시적일 수 밖에 없음'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고, 앰플 캐피털의 홍콩 소재 알렉스 왕 자산 운용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돼 (시장 논리에 따라) 확신을 갖고 제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뉴욕 소재 에버코어 ISI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은 블룸버그에 "중국은 진정한 시장이 아닌 정부가 운영하는 (주식 거래)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통계를 조작해 경제 성장률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올해 경기가 지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매우 고심할 것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이 전력회사에 수요 둔화 정도를 축소 보고하도록 종용하고, 기업 경영진들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시와 지방정부 관리들이 생산량이나 기업 매출과 이익, 세수 등을 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이 같은 통계 조작은 중앙정부가 그들의 승진이나 좌천, 전근 등의 결정권을 갖고 있어 정부 관료들이 양호한 경제성적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도 지난 2007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GDP 통계 불신 발언을 다시 보도했다.
당시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였던 리커창 총리는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중국의 GDP 성장률 통계 수치는 인위적이어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밖에 중국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체 에버그란데는 자국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등급인 AAA등급을 받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 회사가 3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며, 투기 등급인 '정크'를 부여했다.
런던 소재 리걸앤제너럴 인베스트먼트의 벤 베넷 신용 전략가는 "중국 국내의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등급은 적당히 평가절하해야 한다"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에 의존해 채권을 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SBC의 그레고리 수엔 채권 투자책임자도 "각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최소 2곳의 신평사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3대 신용평가사를 포함해 9개 신평사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신용등급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중국의 AAA등급은 신용의 질적인 측면에서 해외의 AAA등급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5년 전 세계 경제 대국 2위라는 영광을 맛본 후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야욕을 불태워왔지만 침체된 경제상황은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표면적 성과와 과시에만 치중해온 당연한 후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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