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바티칸이 교황의 고유 권한인 주교 임명권을 사실상 중국에 양보해, 각계의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천 변호사는 최근 자유아시아(RF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개하기 위해 중국이 요구하는 주교 임명권을 승인한 것에 대해 “바티칸이 악마와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천 변호사에 따르면, 바티칸은 지난 1951년 ‘주교 임명권’에 대한 갈등으로 중국과 외교를 단절했으나, 최근 중국과의 관계 재개를 고려해 중국의 주교 임명권을 사실상 승인함으로서 중국의 엄혹한 제재 속에서 신앙을 고수해온 신실한 중국 가톨릭 신자들을 도덕적으로 배신한 것이다. 바티칸 교황의 주교 임명권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고유 권한으로 카톨릭 역사상 줄곧 유지돼왔다.
천 변호사는 바티칸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바티칸은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의지에 모든 것이 종속되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냐?며, “바티칸이 지난 1951년에 중국과 단교한 것은 공산당이 하나님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가?”라고 지적했다.
바티칸은 공산당이 중국을 집권한 이래로 지난 66년 간 당이 가톨릭 교회의 주교를 임명하겠다는 요구를 줄곧 거부해왔다.
천 변호사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과 중국과의 거래 성사에 앞장서 온 소론도 대주교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소론도 대주교는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장기적출 컨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의 장기기증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천 변호사는 소론도 대주교의 친중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바티칸은 중국 공산당과 같은 악마와 거래를 함으로써 바티칸의 지위를 실추시키고 카톨릭을 변색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중국이 파룬궁 수련자 등 양심수를 대상으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못지않은 대량학살 범죄인 강제 장기적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력히 비난했다.
천 변호사의 비난에 대해 다른 중국 비평가들도 바티칸이 중국에 주교 임명권을 허용한 것은 심각한 박해 속에서 어렵게 신앙을 견지하는 중국 지하 가정교회 신자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으로 간주되어, 향후 중국 가톨릭교도들에 대한 도덕적 지도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1996년부터 장애인 보호와 환경 피해자 보호,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한 여성들의 강제 불임이나 낙태 실태 폭로 등에 앞장서다 당국에 의해 장기간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으며, 2006년 8월 법원으로부터 ‘기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4년 3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2007년 복역 중 중국 인권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아시아의 노벨상 막사이사이상수상자로 선정됐다.
천 변호사는 2010년 3월까지 4년 3개원 형을 모두 마치고 석방된 뒤에도 요주의 인물로 가택연금에 처했다. 2012년 4월 22일 가택 연금된 집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베이징 내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했고 미중 정부 간의 밀고 당기는 교섭 끝에 그해 5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미국 가톨릭 대학교의 정책연구 및 가톨릭연구 기구 (Institute for Policy Research and Catholic Studies)의 수석 연구원인 천 변호사는 사실상 미국에 망명한 상태다. 2015년 3월 저서 ‘맨발의 변호사(The Barefoot Lawyer)’를 출간하는 등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유와 정의의 투사, 중국인 시각장애인(A Blind Man’s Fight for Justice and Freedom in China)’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언론으로부터 ‘인간의 승리의 증거’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개국에서 출간됐다. (사진: AP/NEWSIS)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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