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칠레 정부가 지난달 28일, 6.5억달러(약 7,009억원)을 들여 중국기업 화웨이(HUAWEI)에 공동 위탁하고 있는 2만km 이상의 광섬유 통신망 프로젝트 착공을 공식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자본의 인프라 구축은 중남미뿐 아니라 서구의 안전 보장과 전략적 이익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 통신망이 들어서는 칠레 남부 지역은 남극으로 가는 허브항으로 영미 과학 연구소와 군사시설들도 들어서 있다.
‘Fiber Optic Project’로 명명된 이 광케이블 건설 계획은 현지 통신 대기업인 ‘커뮤니케이션 루럴 텔리포니 (Communication Rural Telephony, CRT)’와 지난해 가을 입찰에 성공한 중국 화웨이기술 산하의 ‘화웨이 마린’이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파타고니아 지역에 광케이블을 해저 1 루트, 지상 2 루트, 합계 2만 킬로미터 이상을 매설하는 대규모 공정이다.
파올라 타피아 살라스 칠레 교통통신 장관은 현지 언론 <Diario Financiero>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정과 관련해 “장기간 환경 정비가 부족했던 남부지역에 경제, 관광, 무역 향상을 위해 광케이블망 통신을 충분히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 <Fayer Wayer>는 해저 3D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화웨이 마린’이 관리하는 해저 탐사선이 운항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마린’은 자사 해저 탐사선에 지질학자, 엔지니어, CAD 설계자 등, 전문가와 과학자 팀이 함께 승선하고, 배 안에는 GPS, 에코측심기, 지하 심도계, 지진 반사 시스템, 수중 음파 탐지기 등, 해저와 지질을 지도화 하는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한편, 남극에 가까운 칠레 남부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인프라 계획에 대해 “서구 안전보장에 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부 도시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에는 남극 지역의 해운 허브 항구가 있고 미국과 영국의 과학 연구와 군사시설도 설치돼 있다.
중남미의 정치경제 정세를 조사하는 싱크탱크 ‘안전자유사회센터(Center for a Secure Free Society)’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웨이 현지 법인이 칠레 남부에 대한 토지 이용 계약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 외교사무위원회 테드 요호(Ted Yoho) 아시아 태평양 담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미국 파트너와의 이익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남미가 중국 자본 침투가 현저한 아프리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중국 정부의 ‘기증’으로 건설된 아프리카 연합(AU) 본부 건물 내에 있는 컴퓨터에는 중국 정부로 정보가 부정 유출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프랑스 르몽드가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Gordon Chang)은 한 토론회에서,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해 “아프리카는 제2의 중국이 되었고, 중남미는 제3의 중국으로 변해 갈 것”이라면서 그동안의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상황을 보면 앞으로 남미가 어떻게 중국화 되어 갈 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 동안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투자 동향을 조사해 온 안전자유사회센터 선임 분석가 페르난도 메넨데즈(Fernando Menendez)는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 상황은 많이 보도돼 왔지만 그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중남미에서 중국의 존재를 단지 경제적인 영향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중남미와 우호적인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사회를 좌익과 반미로 기울게 하고 있다며, “중남미에서 만약 적화(공산주의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중국은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예를 제시하며, 이들 국가는 모두 반미 정권이었다”면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중국이 공을 들이는 목적은 이들 국가를 이용해 글로벌 균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누르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사진: NEWSIS)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