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과 바티칸이 중국 내 주교 임명 문제에 잠정 합의한 가운데, 현재 공석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교구의 주교 임명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 내 주교 임명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어 온 바티칸은 지난해 9월 이에 대해 중국과 잠정 합의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네이멍구 지닝(集寧) 교구의 주교는 지난 2017년 류스궁 주교가 90세로 별세한 후 현재까지 공석인 상태다. 조만간 이 교구에 새 주교가 임명된다면 중국과 바티칸이 관계 개선에 합의한 후 처음으로 임명되는 주교가 된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바티칸이 임명한 성직자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설립한 관영 ‘천주교애국회’ 소속 성당과 성직자만을 인정해 왔다. 1951년 바티칸이 대만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자 중국은 아예 단교를 선언했다.
중국 가톨릭교회는 정부 공인 관제 교단인 ‘천주교애국회(신도 730만명)’와 바티칸에 충성을 서약한 비공인 ‘지하교회(신도 1,050만명)’로 나뉜다. 자발적으로 바티칸을 따르는 지하교회 신도들은 ‘천주교애국회’에 동조하지 않고 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을 이어왔다.
양국은 주교 임명 합의에 관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이 2∼3명의 주교 후보 명단을 작성해 바티칸에 보내면 교황이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바티칸과 중국간 합의에 앞서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의 왕메이슈 연구원은 “주교 임명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중국 정부가 승인한 주교를 교황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네이멍구 지닝 교구의 유력한 주교 후보로는 관영 천주교와 지하교회 양측에서 모두 명망이 높은 야오순 신부이며, 그 외 허난(河南), 산시(陝西) 등의 고위 성직자도 지닝 교구의 주교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지난해 9월 주교 임명권 합의에 대해 “중국 내 지하교회 성직자와 신자들은 정부의 온갖 탄압을 견디며 신앙을 지켜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합의는 신자들의 입장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크게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종교 관계자들은 “바티칸이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공산당 정권에 양보하는 형태로 합의를 타결시킬 경우 지하교회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CMP는 “현재 중국 내 97개 교구의 주교직 중 약 절반이 공석이어서 임명이 시급하지만, 바티칸 내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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