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더위의 나라 인도가 우기 지연과 폭염의 이중고로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인도 대부분 지방에 50도가 넘는 최악의 폭염이 덮친 데다, 평년보다 우기 시작이 늦어지면서 열사병 등으로 인한 희생자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일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의 사막 도시 추루는 낮 최고 섭씨 50.6도까지 올라갔고 수도 뉴델리의 낮 기온도 지난 10일 21년만에 최고인 48.0도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최근 3일 동안 북부 비하르주에서만 100여명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등 최근 인도 전역에서 수백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에 최악의 가뭄이 온 것은 북서부에서 고온 건조한 바람이 계속 불어온 데다 우기가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서다.
물부족으로 빨래는커녕 씻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도 중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마을은 주민 2300명 중 90%가 물을 찾아 피난을 떠났다.
사람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수세식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다. 마을 주민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면 10L가 낭비되는데 어떻게 화장실을 쓰느냐”고 입을 모은다. 모디 정부가 그토록 근절하고자 한 길거리 배변이 가뭄 때문에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현지 언론은 “인도는 역대 최악의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는 특히 남부 타밀나두주(州) 주도인 첸나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가뭄에 더 취약한 곳인데 올해는 몬순 시즌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이다. 실제로 첸나이 인근 4개의 주요 저수지와 지하수 대부분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19일 인도 NDTV,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첸나이 당국은 최근 시내 수돗물 공급량을 40% 줄였다. 이로 인해 지역 내 일부 호텔은 이미 며칠째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며, 주요 식당도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휴업에 들어갔다.
수도가 없거나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의 주민은 물탱크 차량을 통해 용수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공급도 시원치 않아 물값은 평소의 두 배로 뛴 상황이다.
수질도 '공업용수' 수준으로 크게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우기인 몬순(계절풍) 시즌에 연 강수량의 대부분이 집중되는 데다 수자원 관리 인프라마저 열악해 우기 이외의 기간에는 대체로 물 부족에 시달린다.
실제로 농경지 대부분에는 관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수도 뉴델리에도 전체 주택의 20% 정도에는 수도관 시설이 없을 정도라 가뭄이 닥치면 속수무책이다.
인디아 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이번 폭염으로 동부 비하르 주에서 17일까지 184명이 사망했다. 인도 전역에서는 20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하르 주에서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뇌염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 기상 당국에 따르면 각지의 최고 기온이 예년에 비해 5도 정도 높은 것 이외에도 우기 도래지연 때문에 기온이 더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2일동안 40도 이상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1988년에 세운 33일간 연속 40도 이상 기록이 곧 갱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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