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인 그레그 게이지(Greg Gage)가 수 년전 비영리 단체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에서, 식물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숫자를 셀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증거를 제시했다.
일반적인 입장에서는 식물이 사고할 수 있고 감정 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믿기 어려울 것이다.
게이지 박사는 빠르게 반응하는 두 종류의 식물을 실험했다. 하나는 건드리면 수축하는 ‘미모사’였고, 다른 하나는 입을 벌려 곤충을 잡아먹는 ‘파리지옥’이었다.
그는 두 식물의 자극에 대한 전자 펄스(pulse=지속 시간이 매우 짧은 전기나 전압의 기본 변화)를 측정했는데 마치 대뇌의 뉴런(neuron=신경세포)이 신호를 보내는 것과 흡사했다.
게이지 박사는 미모사에 전극을 연결하여 미모사가 자극을 받았을 때 전자신호를 줄기에 보내 잎을 닫는 과정을 실험했다. 실험에서 미모사는 마치 사람의 신경세포가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은 전자신호를 내보냈는데, 대뇌에서 신체 각 부분에 정보를 보내 반응하는 과정과 유사했다.
그는 파리지옥에도 전극을 연결한 후 같은 실험했다. 파리지옥을 건드려 반응을 측정하자 자극에 따라 전자신호가 나왔지만 입은 닫히지 않았다. 파리지옥은 곤충이 들어와야 그것을 인식하고 입을 닫기 때문이며, 곤충을 잡기 위해 입을 닫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파리지옥은 어떻게 곤충의 유무를 알 수 있을까? 파리지옥은 수염 같은 감응모(感應毛)의 자극 횟수에 따라 인식했다. 추정해보면 파리지옥은 숫자를 셀 수 있다는 것인데, 파리지옥 입에서 곤충이 움직이는 숫자를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이지 박사는 “식물은 뇌가 없지만, 식물끼리 전자 신호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미모사와 파리지옥을 함께 연결해서 전자 펄스가 상대에 반응하는 정도를 측정했으며, 그 결과 파리지옥의 감응모가 움직일 때 미모사의 잎도 반응하여 수축했다.
■ 식물도 서로 소통한다
독일의 숲 해설가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은 2015년에 출판한 자신의 책 《나무의 사생활(The Hidden Life of Trees)》에서 “나무들이 숲속에서 친구처럼 사귀고 소통하고 서로 의지한다”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예를 들면 어느 동물이 한 나무를 갉아 먹으면 그 나무는 화학물질을 발산해 다른 나무에 경고해 주는데, 경고를 받은 나무도 따라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동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양분을 나누기도 한다. 튼튼한 나무는 허약한 나무에 당분을 나눠주는데, 나무들이 함께 있으면 비교적 모두 튼튼하게 자란다.
나무는 친구를 골라 사귀며 다른 모든 나무를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 만약 친구가 아닌 두 나무의 나뭇가지가 서로 닿으면 자신의 나뭇가지를 강하게 만들어 다른 나뭇가지를 밀어낸다.
두 나무가 서로 친구라면 그들의 나뭇가지가 성장할 때 자신의 나뭇가지가 과도하게 뻗거나 다른 나뭇가지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여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심지어 열매도 다른 나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방향을 바꿔 맺는다.
나무와 다른 생물이 서로 인식하고 사고하는 정도와 식물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게이지와 볼레벤의 연구에서 식물의 사유능력은 분명히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식물이 오래된 기억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주변 환경과 다른 식물의 행위, 심지어 사람의 생각(他心通)까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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