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웰빙 바람을 타고 아침저녁 공원은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에 식생활도 호사(豪奢)다 보니 병고 없이 잘 사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된 듯하다.
“일일지계(一日之計)는 재어인(在於寅)이니, 인약불기(寅若不起)면 일무소변(日無所辨)이니라.”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즉,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으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을 가늠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개화기 동요의 한 구절인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의 원전쯤 되는 것이라 하겠다.
아침 운동은 삼라만상의 기운의 흐름에 맞춰 부드럽고 상화(詳和)롭게 함이 순리에 맞다. 기마가편(起馬加鞭)식으로 ‘몸’을 혹사시키거나 자극적인 음악에 ‘혼’을 어지럽게 함은 인간의 생체리듬과는 역행하는 것이다. 건강(健康)은 본래 ‘건체강신’(健體康神)을 줄인 말이니 정신과 육체를 아우른 인간 삶의 깊은 뜻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비유컨대 정신은 주인이요, 몸은 머슴이다. 주인의 올바름이 근본이요, 머슴의 부지런함은 말단에 불과할 뿐이다. 영혼이 초롱초롱 빛날 때 어느 병고(病苦)가 함부로 범접하리요. 세상만사가 끼리끼리요 유유상종이 아니겠는가. 정신적 나태와 각종 욕망의 덫에 걸려 부딪치고 넘어지는 것이 인생살이의 고달픔일 것이다.
신이 아닌 중생의 삶에서 부딪치고 넘어지는 것은 누구나 당하게 되는 일상사이나, 그 빈도와 반복의 문제가 발전적 삶과 퇴보적 삶의 분수령이 아닌가 싶다.
공원 한 편에서 대자연의 호연지기를 호흡하며 상화(詳和)로운 음악에 맞추어 기공수련을 하는 것과 폐쇄적 공간에서 소음에 가까운 자극적인 음악에 몰입하여 땀을 짜내는 것 중 과연 건강에 어느 것이 독(毒)이고 어느 것이 약(藥)이겠는가?
선가(禪家)의 말씀에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것이 있다. 수행을 통해 혜안을 체득한 도인은 낙엽 하나 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는 것이다. 한 시대의 복식(fashion)과 음악(popular music)을 접해보면 그 시대의 심령의 건강상태를 짐작 할 수 있음이다.
공자가 노나라의 사구(司寇)로서 재상의 일을 겸하자 제나라는 노나라가 패권(覇權)을 쥘까 봐 노나라의 정치를 문란케 하려고 80명의 미녀 악단을 보냈다. 노나라의 대부인 계환자(季桓子)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주악(酒樂)에 빠져 사흘이나 조회를 열지 않자, 공자는 노나라에서는 더 이상 도(道)를 행할 수 없겠다고 싶어 관직을 사직하고 노나라를 떠났다. 이 무슨 뜻이겠는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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