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 회원가입
    • 사이트맵
    • 05.16(금)
페이스북 바로가기 트위터 바로가기
  • 중국

  • 국제/국내

  • 특집

  • 기획

  • 연재

  • 미디어/방송

  • 션윈예술단

  • 참여마당

  • 전체기사

검색어 입력

[SOH 산책] 유유강강(柔柔剛剛)

편집부  |  2019-10-03
인쇄하기-새창


작가 : 청현


[SOH] 무성해진 앞뜰의 앵두나무가 그날따라 볼품 없어 보였다. 더벅머리 앵두나무를 깔끔하게 쳐낼 요량으로 톱을 가져와 썩썩 가지를 베어버렸다.


예쁘고 시원하게 다듬어진 나무를 보며 즐거워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건 잘린 가지에 총총이 매달린 애푸른 열매였다. 바닥에 흩어진 가지에 이제 갓 맺은 열매가 가까스로 매달린 모습은 마치 처절한 비명횡사를 연상케했다.


가지를 자를 땐 톱질에 거의 저항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른 탓이었다. 6월 앵두나무의 가지는 아기 같이 천진난만한 유연함이 있었다.


아뿔싸! 유유강강(柔柔剛剛)이라고 했거늘, 연약한 것에게는 유하게 대하고 경강한 것에게는 강하게 대응한다고, 만사만물의 순리가 바로 이러한데, 연약한 것에게 유하게 대하지 못하고 무참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날 밤 홀로 마음 속 일과를 정리하다 보니 양손 여기저기에 좁쌀 만한 과립이 생겨나있다. 애과립이 돋아난 것이다. 가려워 긁다보니 참기 또한 민망하고, 팔과 손등은 쑤시고 가렵다.


무참히 죽어간 정령들의 가련한 절규가 원혼이 되어 독창(毒瘡)으로 화현한 것일까. 불연 대자연의 파수꾼에게 파렴치범으로 잡혀 고초를 당하는 심정이다. 전지(剪枝)는 수목의 생장휴지기인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실시하는 것이 자연 생태의 순리다.


어쩌다 이를 어긴 것이니 자연의 도리를 거스른 역천자(逆天者)가 된 셈이다. 잠자리에 들려다 나는 무자비한 영아(嬰芽) 살생을 참회하며 해탈의 무상복락을 빌었다.


우리는 관행상으로 초목(草木)을 무생물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초개(草芥)와 같이 여긴다’는 말은 가볍고 천하게 여긴다는 것이요, ‘목석(木石)같다’는 것은 감정이 무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와 일반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하여 이들을 무지하게 무시할 일은 결코 아닌 듯하다. 식물에게는 우리와 같은 눈도 없고 귀도 없지만, 사람을 알아보고 감정의 기복이 있으며, 느낌이 있으니 식물은 결코 가볍고도 천한 생물이 아니다.


응당 참회를 하고 미물(微物)에 조차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인(大人)의 꿈을 다짐하고 하루 밤을 자고나니, 그 많던 과립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소양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령의 원혼들이 나의 참회진언을 순순히 받아드리고 원결을 풀어 준 것일까?


심청정(心淸淨)이 곧 국토청정(身體淸淨)이라는, 만사만물이 중중무진(重重無盡)한 하나의 유기체(한울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편집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글쓰기
번호
제목 이름 날짜
1056 [아하! 그렇구나] 그 남자의 病이 낫지 않는 이유
편집부
19-11-04
1055 동남아 5개국 주민 먹여 살리는 메콩강 수위 비상... 30....
한지연 기자
19-11-01
1054 [재미있는 한자풀이] 슬플 ‘애(哀)’
편집부
19-11-01
1053 [SOH 산책] 서두룸보다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면...
편집부
19-11-01
1052 [아하! 그렇구나] 태평성대의 대명사 요(堯)임금
편집부
19-10-28
1051 [포토] 국화향 가득한 가을
최선 기자
19-10-27
1050 [재미있는 한자풀이] 즐길 "락(樂)’
편집부
19-10-24
1049 [SOH 산책] 결핍의 미학·미니멀리즘
편집부
19-10-23
1048 美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中서 개봉 ....
한지연 기자
19-10-23
1047 [아하! 그렇구나] 德治의 대명사 순(舜)임금
편집부
19-10-21
글쓰기

특별보도

더보기

핫이슈

더보기

많이 본 기사

더보기

SOH TV

더보기

포토여행

더보기

포토영상

더보기

END CCP

더보기

이슈 TV

더보기

꿀古典

더보기
446,469,193

9평 공산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