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인생이란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의 짐 가방은 대개 점점 커진다. 간혹 지나치게 커지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물건에 집착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를 인생의 성취이자 존재 증거라고 여긴다. 이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자기가 소유한 것과 연결 짓는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게 탐욕의 대상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궁핍했던 지난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은 물건을 버리면 낭비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낭비란 아직 쓸 수 있는 무언가를 버리는 것을 말한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쓸모없는 물건을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 오히려 그게 낭비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에 ‘와비사비(侘び寂び)’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불완전하고 투박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본 특유의 멋을 말한다. 이 개념은 세상의 잣대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가는 개인의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미학적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들을 보다 잘 음미하고, 이로써 세상이 보잘것없다고 말하는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것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와비사비의 개념은 결핍된 것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잘 보여 준다. 결핍의 아름다움은 서서히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에 더 깊이 다가온다. 결핍의 미학을 아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질료(質料)는 초월적 진수를 보여준다. 빛을 통과시키는 창호지, 말라서 금이 간 진흙, 녹이 슨 금속, 옹이가 많은 나무, 도자기를 구울 때 생겨나는 무늬, 이끼로 뒤덮인 바위 등, 우연에 따른 불규칙성을 통해 자연스러운 운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상은 이른바 예술품이라고 불리는 물건에 집착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인간에게 물건의 주인도 노예도 되지 말고 자신의 감정과 욕망의 시달림에서 벗어나도록 권면(勸勉)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집착이 없는 태연한 상태, 모든 것에 대해 자유로운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면 불가피한 것은 받아들이고 물질적으로 가난하되 정신적으로 부유한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요즘 물건을 쌓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의 교양을 쌓는 사람은 귀하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마음을 정화시키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미니멀리즘(minimalism·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은 바람직한 삶의 본보기가 아닌가 싶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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