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 뱀사골에서
김경숙
거침없이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에
멀어져 간 귀가 열리고
반짝이는 푸른 물빛에
어두워진 눈을 씻는다
젖은 몸 낮추어 물살 헤치고
무거운 그림자 끌고 다닌 발 담그면
몸 속 깊이 박혀있던 독소들 하나씩 빠져나와
흐르는 물 따라 줄행랑친다
아, 무릉도원이 여기던가
산이 좋아 산 찾아 길을 나서지만
산다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오르막, 내리막 크고 작은 고개를
몇 개씩 넘으며 가뿐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앞만 보고 조급한 마음으로
정상을 향해 바삐 걸었다면
이제는 숲도 나무도 눈여겨보고
숲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귀담아 들어
무수히 많은 발자국 아래
힘없이 스러져 간 작은 미물들도
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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