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편작은 중국 주나라 때 명의로 한의학의 기초를 마련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진월인(秦越人)이었지만 의술이 매우 뛰어나 그에 대한 호칭이 되었다.
‘대롱으로 하늘 보기’라는 뜻의 사자성어 용관규천(用管闚天)은 좁은 식견으로는 전체의 진상이나 참다운 진리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편작의 유명한 일화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인물인 편작은 화타(華佗)와 함께 중국 명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가 괵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괵나라에 도착하니 그 나라의 태자가 죽었다는 말이 들렸다. 편작은 궁궐에서 태자의 진료를 맡았던 사람을 만나 태자에 병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이 관찰한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태자의 병은 혈기(血氣)가 제대로 돌지 않고 뒤엉켜 꽉 막혀서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몸속으로는 내장을 해쳐서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양(陽)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음(陰)의 움직임이 급해져서 돌연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죽게 된 것입니다.”
“언제쯤 돌아가셨습니까?”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직 반나절도 안 됐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태자를 살려보겠습니다.”
“죽은 사람을 어찌 살린단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편작이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당신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소. 내 의술은 당신이 하는 말만 듣고도 병을 진단할 수 있소. 만일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다시 한번 태자를 진단해 보시오. 태자의 귀에서 소리가 나고 코를 벌름거리고 있을 것이오. 그리고 양쪽 허벅다리를 쓰다듬어 가다가 음부에 닿으면 아직 그곳이 따뜻할 겁니다.”
궁궐로 돌아가 태자를 살펴보니 편작이 말한 대로였다. 깜짝 놀라 이 사실을 왕에게 고했다. 왕은 편작을 불러 태자의 치료를 부탁했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의 숨이 돌아왔고, 치료를 하자 태자가 숨을 쉬며 되살아났고, 20일간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태자가 사망한 줄 알았던 사람들은 편작이 죽은 사람을 살렸다고 환호했다. 그러자 편작은 “내가 어찌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는가? 난 다만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나게 해 준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편작 창공열전>에 기록돼 있다.
권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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